경영권 지키며 6개월만에 회생졸업한 소기업 화제

2025-03-25 13:00:14 게재

법원 “책임경영해야 정상화”

‘종합적 고려법’ 첫 적용 사례

회생신청 6개월 만에 한 소규모 기업이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하며 조기 졸업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합의16부(원용일 부장판사)는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 A사에 대해 회생절차를 조기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회사는 2020년 코로나19 펜더믹 이후 계속된 매출감소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이후 지난해 10월 금융이자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회생 신청해 개시결정을 받았다. 회생 신청 당시 이 회사의 대표자는 발행주식의 93.3%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법원은 기업가의 책임경영을 기업회생의 핵심요소로 판단했다. 소규모기업은 특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경영해 온 기업가가 책임경영으로 나서야 회생계획 인가 이후에도 기업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재판부는 “회사의 회생채권 중 현금변제 부분(50% 미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액에 대해 출자전환하되 이후 주식병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회사 대표자가 회생 이후에도 50% 넘는 지분을 보유하면서 책임경영할 수 있도록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재판부가 기존 경영자의 지배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회생계획안을 인가한 것으로, ‘종합적 고려법’을 기존 회생실무 관행이었던 ‘상대적 지분비율법’ 대신 적용한 결과였다. 상대적 지분비율법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표자는 회생계획 인가 이후 지분이 50% 미만으로 감소해 지배권을 상실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 상대적 지분비율법은 회생계획안에서 기존 주주의 최종 지분율이 회생채권자에 대한 변제율보다 낮아야 인가 요건을 충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종합적 고려법’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회사는 회생계획 1차년도 변제 예정인 회생채권을 전부 변제했다. 또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주요 거래처와 장기계약 관계를 유지하면서 매출을 발생시켰다. 여기에 더해 회생절차 종결 이후에도 종전 거래처와 재계약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자 재판부는 신청 6개월 만인 이날 이 회사의 회생절차를 조기종결하는 결정을 했다. 이는 2006년 채무자회생법 시행 후 ‘종합적 고려법’을 적용받아 인가된 첫 사례다. 또 해당 계획안에 따라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첫 사례로도 기록됐다. 이에 소규모 기업이 경영권 상실 우려 없이 회생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좋은 선례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도 코로나19 이후 연방파산법에 소규모 기업회생편을 신설해 소규모 기업 경영자가 지배권을 유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소규모 기업들이 기업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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