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 ‘흑해 휴전’ 동의

2025-03-26 13:00:01 게재

미국 중재로 에너지시설 상호 공격 금지 … 대러시아 제재 해제가 관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2024년 젊은 문화 전문가 및 어린이-청소년 글쓰기-예술 부문 대통령상 수상자들과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23일부터 25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실무 협상을 통해 흑해에서의 무력 사용 중단과 에너지 시설 공격을 30일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미국 중재로 이뤄졌으며, 러시아와 우크라 양측은 상호 공격을 중단하고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 보장과 군사적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키로 했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실무 협상 결과를 소개한 보도자료에서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에서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 성명에는 상선의 군사 목적 사용 금지를 감시하기 위한 적절한 통제 조치를 수립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며 미러간 합의를 자신들도 수용했음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이번 합의가 실현될 경우 러시아의 농산물 및 비료 수출을 위한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와 결제 시스템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미국이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미러 양측은 이번 합의에 대해 제3국의 중재와 감시를 환영한다고 표명했으며, 우크라이나도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는 이번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조건을 제시했다. 러시아는 자국의 농업 수출과 관련된 제재가 해제되어야만 합의 이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러시아의 농업은행, 선적 선박, 식품 생산업체 등이 국제 결제 시스템에 다시 연결돼야 한다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 조건이 반드시 해결돼야만 흑해곡물협정도 재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즉시 발효된다고 강조하며, 러시아가 위반할 경우 미국에게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합의를 어길 경우,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기와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는 것은 제재 완화로 이어지며 이는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는 향후 평화 협정에서 제3국이 감시 역할을 맡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튀르키예가 흑해에서 모니터링에 참여할 수 있고, 중동 국가들이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3국의 감시 역할이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는 오는 27일 파리에서 열리는 ‘의지의 연합’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평화 보장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담에는 유럽, 캐나다, 호주, 튀르키예 등 30여 개국이 참석하며, 평화 유지를 위한 세부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흑해에서의 농산물 수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주요 의제이다. 2022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충돌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 협정 내용 중 러시아산 농산물과 비료 수출에 대한 보장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23년 7월 협정을 파기했다. 특히 농업은행에 대한 제재가 농산물 수출에 큰 방해가 되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