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230억달러 미국 수입품에 선제 관세인하 추진

2025-03-26 13:00:01 게재

660억달러 수출피해 막으려

내달 2일전 협상 타결 원해

인도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수입품 중 절반 이상, 약 230억달러 규모에 대해 관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폭의 관세 인하로,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인도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 1단계에서 전체 미국산 수입품 가운데 55%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크게 낮추거나 일부는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이들 품목에는 5~30%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내달 2일로 예고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따른 인도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이다. 인도 정부 내부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식 상호관세 적용시 인도의 대미 수출액 660억달러 중 87%에 피해가 예상된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평균 관세율은 2.2%인 반면, 인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12% 수준이다. 미국의 대인도 무역적자는 약 456억달러에 달한다.

양국은 지난달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미국 방문 당시 조기 무역합의 추진과 관세 갈등 해소에 합의한 바 있다.

브렌던 린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남중·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가 이끄는 미국 협상 대표단이 26일부터 인도를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인도 정부는 상호관세 발표 전 협상 을 마무리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인도 측은 관세 인하를 전제로 미국이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인도를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전면적인 관세 인하 외에도 산업별 조정이나 품목별 협상 방식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인도는 전반적인 관세체계 개편도 논의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이번 협상에서는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이후에도 인도에 대해 “관세 남용국(tariff abuser)” “관세의 왕(tariff king)”이라고 비판해왔으며, 어떤 국가도 관세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인도 정부는 진주, 광물연료, 기계류, 전기장비 등 미국 수출품 중 절반에 해당하는 주요 품목에 대해 6~10% 수준의 미국발 관세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특히 110억달러에 달하는 의약품과 자동차 수출이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인도는 육류, 옥수수, 밀, 유제품 등 자국 내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품목(현재 관세 30~60%)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다만 아몬드, 피스타치오, 오트밀, 퀴노아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완화를 검토 중이다.

자동차 관세는 단계적 인하 방식을 통해 협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인도의 자동차 관세는 실질적으로 100%가 넘는다.

인도의 이런 절묘한 줄타기는 지난 10일 수닐 바트왈 무역장관이 의회에서 “미국과의 교역은 중요하지만, 국가 이익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서도 확인된다.

밀란 바이슈나브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남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모디 정부가 트럼프가 요구하는 전면적 관세 인하에 큰 의욕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미국의 압박을 기회로 활용해 정치적으로 어려운 전면 인하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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