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현장 안전관리, 보험사에 맡길까
감리·근로감독관 현실적 한계
보험사가 공정률별 위험진단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국립한글박물관 증축공사 화재, 부산반얀트리호텔 신축공사장 화재 등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는데도 안전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보다 강력한 조치를 위해 보험사들이 안전관리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4일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은 KIRI리포트 ‘건설 현장 화재 위험과 건설공사보험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건설공사보험의 위험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이 국토안전관리원의 건설안전사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모두 2만7761건의 건설현장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특이한 것은 완공을 앞둔 90% 이상에서만 14.9%의 사고가 발생했다. 완공이 가까워질수록 안전사고가 늘어나는 것이다. 골조공사가 마무리 되고, 내외부 마감재 시공단계다. 익히 알려진대로 용접과 같이 화재 원인이 되는 공사가 집중된다.
반얀트리 호텔 신축공사장 화재는 준공 이후 이뤄진 사고였다. 또 2020년 봄 38명이 사망한 이천 물류센터 신축 공사장 화재는 공정률 80% 이상에서 발생했다.
보험업계는 물론 건설업계가 안전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건설공사보험 때문이다. 건설현장에 사고가 발생하면 시공사와 하청기업 등의 피해는 물론 보험사 역시 손해가 커진다. 이를 대비하는 게 건설안전보험인데 주로 대형 공사나 관급 공사를 진행할 때 가입한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사고를 보장하는 건설공사보험을 통해 건설 현장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으나 제도적 한계로 인해 충분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은 감리와 근로감독관에 의해 안전 관리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감리의 경우 공사 품질에 중점을 둔다. 근로감독관은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인력 및 자원의 한계로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보험사가 건설현장 위험관리에 뛰어들면 여러 잇점이 있지만 현재는 막혀 있는 상황이다.
보험회사는 건설공사보험 계약전 위험진단보고서를 작성하는데, 공정 단계별 위험성을 평가하지 못한다. 관급공사도 마찬가지다. 관련 법에 의해 보험사는 관급공사 보험 계약을 마친 뒤 6개월 이내에 위험도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는데, 공정 단계별 평가는 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대형 관급공사의 경우 위험조 조사보고서를 공정 단계별로 작성하는 근거를 마련하면, 보험사의 위험조사보고서를 통해 보험사와 발주처가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안전관리 조사를 하러가면 전문조사관을 파견해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보험료가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건설 현장에 대해 의무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충분히 검토할만하다”면서 “산재보험을 비롯한 각종 공적보험의 부담을 줄이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건설 현장 사고 발생은 건설공사보험의 손해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보험사는 건설현장 안전과 손해율 관리를 위해 현장 위험관리에 관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보험사가 건설 현장 위험관리 상황을 수시 점검하고 안전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