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매출 5.7조 부풀린 한국투자증권
2019~2023년도 사업보고서 매출 공시 오류
외환거래손익 과대계상 …순이익 변동 없어
무더기 정정… 금감원 회계감리 가능성 높아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5년치 사업보고서를 무더기로 정정하면서 지난 5년 동안 총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이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회계 오류로 외환거래 손익이 과대 계상된 것을 확인하고 뒤늦게 재무제표를 수정했다. 다만 영업비용도 같은 값으로 잘못 계산돼 당기순이익은 변동되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5년 치 사업보고서가 수정되는 등 대규모 정정사태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사업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다. 기존 사업보고서들의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이 더 크게 집계됐기 때문이다. 2019년 2443억원, 2020년 6400억원, 2021년 5752억원, 2022년 2조886억원, 2023년 2조1852억원 등 5년 간 총 5조7333억원의 영업수익이 부풀려진 것이다.
특히 해외주식 거래 시장점유율(MS)이 늘어나기 시작한 2022~2023년에는 한 해 수정금액은 2조원이 넘었다. 다만 과대계상된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이 같은 금액인 만큼 영업수익에서 영업비용을 뺀 순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변동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를 지원할 때 증권사가 외국통화와 원화간 환전 거래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한쪽에서 이익이 나면 다른 쪽은 손실이 나도록 상계돼야 하는데, 재무제표에서 양쪽 모두 과대 계상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줄어들면서 영업비용도 같이 줄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외주식 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외환 부분 오류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외환거래는 환율 적용이 복잡한 탓에 회계처리 오류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지난 2022년에는 키움증권이 외환거래이익·손실을 과대계상하고 미수금·미지급금은 과소계상한 사실이 적발돼 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키움증권은 2015~2019년 사업보고서를 정정했을 뿐 아니라, 다른 혐의가 추가 적발돼 결국 기관주의와 16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한국투자증권 또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회사가 공시된 재무제표를 자진 수정하더라도 최근 5년 내 3회 이상 수정하거나, 정정 규모가 ‘중요성 금액’의 4배 이상일 때 감리를 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5년치를 한 번에 정정해 횟수로는 한 번이지만, 재무제표 본문 금액이 바뀌고 실무적으로 상당히 큰 규모라 감리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