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1조원 출연약속부터 지켜야”
홈플러스 경영위기, 높은 임대료 등 적자날 수밖에 없는 구조 … 노조, 구조조정 저지 나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위원장 강우철)는 25일 ‘홈플러스 살리기 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점포 폐점과 인력 구조조정 저지에 나섰다. 투쟁본부에는 홈플러스 직영직원뿐 아니라 온라인 배송기사와 협력·외주업체 노동자들도 참여한다.
투쟁본부는 “MBK파트너스가 제출할 기업회생 계획서에 점포 폐점이 포함될 수 있다”며 “1개 점포가 폐점되면 약 1000명의 노동자와 임대 사업주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등포·동수원·센텀시티·금천·삼천포·잠실·죽도·파주운정점 등이 2026년과 2027년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투쟁본부는 MBK에 공문을 보내 김병주 회장과 면담도 요청했다.
투쟁본부는 4월 중으로 제정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5월 1일 전 조합원 상경투쟁을 MBK 본사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공동대책위가 구성되면 국민대회로 전환할 계획이다.
다음은 안수용 홈플러스지부장 일문일답.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 뒤 노동환경은 어떠했나.
MBK 인수한 뒤 2018년 보안업무를 하던 외주업체 계약해지로 50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 등이 떠났다. 보안업무를 직영 직원들이 도맡았고 다른 점포로 강제전환배치, 기형적인 업무통합 운영으로 노동강도가 세지면서 동료들의 스트레스와 불만이 매우 높아졌다.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직영 직원과 간접고용 직원 등 1만명에 가까운 인력이 줄었다.
●현재 구조조정 움직임이 있나.
최근 회사는 현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향후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하려는 회생계획안을 수립해 6월 중순까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즉 회생과정에 필요하면 구조조정 하겠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는 것을 보장받을 방안은 무엇인가.
최근 향후 회생과정에서 구조조정하지 않겠다는 협약서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점포 폐점은 바로 구조조정이다. 회생계획에 폐점과 매각 없는 계획서를 작성해서 공개해야 한다.
●MBK 인수 뒤 구조조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전체 매각이 어려워지자 돈이 되는 알짜매장(매출순위 5위안의 매장)을 매각했다. 특히 MBK는 2024년 1시간 즉시배송으로 1년에 1조원을 벌어들이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SSM)를 매각하려고 했다. 노조에서 ‘수익률 높은 분야를 매각하면 빈껍데기만 남는다’며 투쟁으로 저지했다. 지난해 12월 울산·경남지역 희망퇴직을 발표했는데 영남권을 분할매각을 시도했던 것 같다. MBK는 회생계획서를 미리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4개 점포 매각, 16개 점포 폐점,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영업권 매각을 포함하고 있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당시 2년내 1조원 투자를 약속했다.
투자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인수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으로 뽑아갔다. 지금이라도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약속한 1조원을 투자해 빠른 시간에 정상화 시켜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홈플러스 자산(점포) 매각한 뒤 다시 임대받는 방식으로 운영해 임대료가 빠르게 늘었다.
처음에는 대부분 자가 점포였다. 많은 점포를 매각한 뒤 임대로 전환했다. 현재 대형마트 126개 중에서 임대 점포는 절반이 넘는 68개에 이른다. 홈플러스가 이들 매장 임대주에게 지급한 연간 임대료는 4000억원대다. 매출을 높여도 대부분 임대료로 나가니 당연히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법정관리인으로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가 맡았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 꼴이다. 김 부회장은 MBK 공동대표이자 홈플러스 인수 당시 책임자다. 지난해 홈플러스 매각을 지휘하기 위해 없는 직책을 만들어 공동대표에 앉혔다. 김 부회장이 오자마자 시도한 일이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영업권 매각이었다. 최근 내부자료가 공개됐는데도 그는 ‘우리가 폐점이나 매각을 할 수 없다. 모두 법원의 지휘 하에 진행될 뿐이다’고 했다. 회생계획서는 법정관리인인 김 부회장이 작성하는 데도 말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홈플러스 10만명 직원들의 생존권을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김 공동대표의 페라리 수십대 보유사실과 경기 하남 미사리 주차장 설치계획을 공개했다.
노조가 차량번호와 소유주를 확인했다. 김 부회장은 ‘소유주가 캐피탈 회사’라고 했지만 노조가 파악한 바로는 MBK였다. 회사는 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할 만큼 어려움이 있는데 책임져야 할 경영진은 슈퍼카를 수십대나 보유하면서 전용 주차장까지 만들고 있다는 것에 직원들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금융권으로부터 뉴머니를 투입받기 어렵다.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출연 등이 필요해 보인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사모펀드로서의 명성이 높아졌다. 그로인해 수많은 펀드를 모집하고 상상할 수 없는 수익금을 벌어들였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 인수 직후인 2016년 한국부자순위는 47위였다. 현재 1위로 올라서 14조원의 재산을 가지게 됐다. 현재 홈플러스는 연 8%가 넘는 과도한 금융비용을 지출하고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에게 지급되는 배당금 역시 13%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다. 임대차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책정돼 기업의 재무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홈플러스로부터 이익을 본 것도 김 회장이고 홈플러스를 파괴시킨 것도 김 회장이다. 김 회장이 처음 약속한 1조원을 투자하고 홈플러스를 지속가능하게 회생시키기 위한 계획에 필요한 돈을 추가적으로 더 투입해야 한다.
●정치권이나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 관련 기관에 바라는 부분은 있다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번 회생절차도 미리 계획된 사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맞다고 생각한다. 관련 기관은 MBK의 불공정한 금융구조와 배당 관행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감독을 강화해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2015년 홈플러스 인수자금을 차입할 당시 불공정한 약정이나 홈플러스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약정이 있었는지, 이것이 배임에 해당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MBK가 운영하는 모던하우스에 홈플러스 직원을 파견하거나, 모던하우스의 홈플러스 입점 과정에서 타 입점업체와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부당한 행위가 없었는지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근무복을 네파에서 제작 납품했는데 이것도 조사해야 한다. 더불어 과도한 임대료와 금융비용의 적정성을 검토하고 관련 법규 위반사항이 발견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해야 한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