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MBK 거짓말”…김병환 “엄정·신속 조사해 상응 조치”

2025-03-27 13:00:02 게재

금융당국 수장들, 홈플러스·MBK 의혹 강경 발언

“MBK, 손실 사회화시키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26일 홈플러스·MBK 의혹과 관련해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고 또 피해자가 다수 있는 상황”이라며 “엄정하게 조사하고 신속하게 조사해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에 대해 “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단기 투자자들에게 4000억원을 보장한다는 건 거짓말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강경 발언을 통해 MBK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26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MBK·홈플러스 의혹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언급했다. 사진 연합뉴스
2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MBK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 연합뉴스

26일 이복현 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MBK가 (ABSTB 4000억원을) 언제 변제한다는 얘기를 사실 하지 않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빠른 시일 내에 변제를 할지 말지, 그 재원을 무엇으로 할지 약속 내지는 발언을 할 수 없으면 여러 가지를 숨기고 얘기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는 사실상 거짓말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현재 보유한 유동성을 고려할 때 홈플러스 자체 여력으로 4000억원을 변제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김병주 MBK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채권자들끼리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싸우게 되는데, 본인들이 핑크빛 약속을 날린다고 하더라도 고통 분담 없이는 사실 변제가 안 되는 것”이라며 “언 발에 오줌 누기로, 심하게 이야기하면 솔직히 말해서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MBK가 당장 곤궁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며 “기관장 이런 분들은 다 회계사·변호사 몇 십년 동안 하신 분들인데 시장에서 오해할 수 있는 말로 툭툭 던진다는 건 다 의도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비교해 “시장이 태영건설 대주주들을 믿어준 건 대주주들이 고통 분담을 해줬기 때문”이라며 “MBK 경우야말로 자기뼈 아닌 남의 뼈 깎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펀드에서 이익이 안 나도 수수료를 받고 금액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에 ‘0’을 하나 더 붙인 정도”라며 “그 정도 이익을 보고 있다면 대기업 회장님들 못지 않은 이익을 누리고 있는 건데 손실을 사회화시키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방식에 대해 국민들이 불신이 있는 것이고 금융당국도 똑같은 불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그래서 검사, 조사를 더 강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잘못한 사람들은 MBK에 있는 최상위 의사결정자 몇 명이니 그분들에 대한 책임이라면 진실규명을 최대한 세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병환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월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팔았던 증권사들에 대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복현 원장에게 관련 정보가 더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검사 과정에서 밝혀지는 게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연구원에 사모펀드 제도개선과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했다”며 “MBK를 계기로 사모펀드 20년의 공과를 짚어보고 각국의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우리의 부족한 부분이 뭔지 파악할 생각이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최종 용역이 나오고 대책을 만들기보다 필요한 정보의 조사가 되면 그것을 토대로 개선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19일 홈플러스 사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이날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기업어음(CP)과 전단채 등 발행·판매 관련한 불공정거래 의혹을 조사하고 홈플러스에 대한 회계심사도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 ABSTB를 발행한 신영증권과 신용등급을 낮춘 신용평가사 2곳에 대한 검사도 지난 13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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