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6년 만에 사우디 시장 진출
머스크·PIF 6년 갈등 봉합 4월 리야드에서 출시 행사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6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 시장에 공식 진출한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4월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전기차 및 에너지 제품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 비상장화 논란 이후 사우디 국부펀드(PIF)와의 갈등으로 막혔던 양측의 관계가 봉합되며, 테슬라는 중동 최대 전기차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테슬라는 이날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 전기차(EV)는 물론 태양광 기반 에너지 제품도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자율주행 콘셉트 모델 ‘사이버캡(Cybercab)’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도 선보인다.
테슬라는 이미 UAE, 카타르 등 중동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사우디 시장은 비어 있었다. 발단은 2018년 머스크 CEO가 PIF와의 접촉 이후 “테슬라 비상장화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다”는 트윗을 올리면서였다.
그러나 실제 자금 조달은 성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투자자 소송과 함께 머스크와 PIF 총재 야시르 알-루마얀 간의 갈등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이후 PIF는 경쟁업체 루시드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자국 브랜드 ‘시어(Ceer)’ 개발에도 나섰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프 및 차기 행정부에서 중심 역할을 맡으면서 사우디와의 고위급 접촉이 다시 활발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이달 초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사우디에 향후 4년간 1조달러 이상을 미국에 투자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번 사우디 진출은 테슬라가 글로벌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뤄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해 유럽 내 테슬라 판매량은 전년 대비 42.6%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머스크의 극우 정치인 지지와 연방정부 내 강경 정책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며 소비자 이탈을 불렀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 전역에서는 ‘테슬라 타도(Tesla Takedown)’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캐나다 정부도 테슬라 차량에 대한 구매 보조금 지급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사우디 내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전기차가 전체 차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 불과하다. 저유가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대형 내연기관 차량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의 ‘비전 2030’ 정책과 PIF의 대규모 투자 기조를 고려할 때 테슬라의 진출은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