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설립허가 “공시송달로 취소, 위법”
법원 “법인격 소멸의 큰 불이익 … 우편·교부송달 시도해야”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를 취소하려는 행정청은 처분 전에 우편송달, 교부송달 또는 전화연락 등을 시도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행정청의 처분의 결과가 법인격의 소멸이라는 큰 불이익이기 때문에 공시송달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1부(양상윤 부장판사)는 A재단법인이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재단은 2014년 8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경제 조사, 연구 및 정책개발, 사회적 금융 연계지원 사업 등을 주요 사업내용으로 비영리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았다. 그 후 재단은 2023년 2월 고용부로부터 ‘사업을 1년 이상 수행한 사실이 없고, 사업장 소재가 확인 안되는 등 정상적인 운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된다’는 이유로 법인설립 허가취소 처분을 받았다. 고용부 허가를 받을 때 ‘정당한 사유없이 1년 이상 사업수행 실적이 없으면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 조건 때문이었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소송을 냈다. 재단은 재판에서 “공시송달이 적법하지 않아 사전통지 및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위법이 있고, 처분사유도 존재하지 않으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송달은 재판이나 행정절차에서 송달할 주소를 알 수 없는 경우 송달할 서류를 게시해 놓고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앞서 고용부는 2022년 12월 공시송달로 A재단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했다.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정부지청장으로부터 받은 ‘A재단과 전화연락이 되지 않았고, 실제 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취지의 출장복명서 등이 첨부된 지도·점검 결과 보고가 근거였다.
법원은 “고용부의 재단에 대한 지도·점검과 취소처분은 서로 다른 별개의 행정절차”라며 재단의 손을 들어줬다. 고용부의 공시송달이 지도·점검에 대해 이뤄졌을 뿐으로 (재단의) 취소처분에 대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고용부의 공시송달이 적법하지 않음으로써 사전통지와 청문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처분이 이뤄져 위법하다”며 “취소 처분 전에 우편송달, 교부송달 또는 전화연락을 시도해야 했는데 이를 인정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단의 등기부상 주소지에는 재단 소유로 보이는 물건들이 적재돼 있고, ‘A협동조합 물류센터’라고 기재된 출입문 및 건물이 존재한다”며 “재단이 2021~2022년 사업실적으로 제시한 희망나눔 텃밭 운영 업무협약, 농로 침수 신고, 농장 운영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짚었다.
이어 “고용부가 재단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할 만한 하자의 실체가 없었다”며 “고용부는 사업수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설립허가를 취소할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었는지 여부와 정당한 사유의 존부 등도 살펴보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단은 2020년까지 목적사업을 수행해 오다가 약 1~2년 정도 사업실적이 불분명하였을 뿐, 목적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재산적 기초가 존재한다”며 “이 사건 처분으로 재단은 법인격이 소멸하는 큰 불이익을 입게 돼, 이 사건 처분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