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9호선? 서울시민과 악연 언제까지

2025-03-27 13:00:02 게재

강동구 싱크홀과 연관성 커져

석촌지하차도 싱크홀도 원인

“9호선 공사 현장 근처로는 아예 다니질 않습니다. 땅꺼짐이나 도로함몰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업계 사람들 사이에선 공공연하게 접근금지구역으로 불립니다.”

27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강동구 싱크홀 발생 원인으로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관련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 도로함몰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상·하수도 시설 붕괴로 인한 누수와 그로 인한 토사 유실이다. 전체 발생건수의 47%가 여기서 비롯된다. 이번 강동구 사고도 상수도관이 노출되고 물이 발견되면서 관련 가능성이 거론됐다.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24일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 모습. 이 사고로 추락했던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끝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도관 파열로 인한 땅꺼짐은 아무리 관이 크다 하더라도 최대 5m 이상 을 넘기 어렵다. 수도관 문제로 발생한 싱크홀 깊이가 대부분 0.5~2m 규모인 이유다. 그러나 이번에 발생한 싱크홀은 깊이가 20m에 달한다. 수도관이 매설된 깊이를 넘어 그 아래까지 한참 더 깊이 땅꺼짐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다.

토목업계 관계자는 "사고 현장 아래에서 진행되던 9호선 터널 공사 천장이 상부 압력을 견디지 못해 뚫리고 거기까지 땅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해당 공사는 NATM(발파) 공법을 이용해 굴착이 이뤄지던 곳이다. 하지만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해당 구간은 토질이 약한 풍화암 구간이었고 시공사는 굴착 공법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공사 중 붕괴를 막기 위한 지반강화작업이 충분히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땅꺼짐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시도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연관성을 살피겠다고 밝혔으며 경찰도 시공사의 위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사에 착수했다.

◆9호선 공사 현장엔 아예 안 간다 =

9호선과 서울시민의 ‘악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 석촌 지하차도에서 잇따라 발생한 도로함몰도 9호선 공사가 원인이었다.

당시 인근에선 9호선 3단계 건설을 위한 터널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뿐만 아니다. 2015년에는 9호선 삼성중앙역 출입구 부근에서 도로함몰이 일어났고 같은해 5월에는 9호선 신논현역 앞 보도에서 지름 0.6m 깊이 1.3m의 도로함몰이 발생했다. 9호선 공사 도중 폐하수관과 임시시설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호선은 지옥철로도 악명이 높다. 한때 출퇴근 혼잡도가 최대 250%까지 육박했다. 9호선 혼잡도는 수요예측 실패 탓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초기 건설 당시 공사비 충당을 위해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였고 수익성만 고려한 회사는 객차 수 4량짜리 미니 열차를 만들었다. 혼잡도를 줄이려면 객차 수를 늘려야 하는데 당초 정차역 자체를 4량에 맞춰 작게 설계했기 때문에 간신히 2량밖에 늘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시민안전은 물론 시민과 9호선의 악연을 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발주처인 서울시의 책임을 강조한다.

토목업계 관계자는 "감리회사가 지정돼 있지만 감리비를 지급하는 건 시공사"라며 "비용 절감을 위해 공사 안전 수칙을 위반하지는 않았는지 등 감리일지와 설계일지를 꼼꼼히 대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서울에는 GTX, 대심도빗물터널 등 수십미터 깊이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지하공사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이번에도 도시 노후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인식으로 땜질식 처방에 머물다간 곧 다가올 우기에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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