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넘은 이재명, 남은 사법리스크
위증교사,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 등 4개 재판 진행
윤 대통령 파면될 경우 조기대선 출마 걸림돌 가능성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하지만 이 대표는 선거법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받고 있어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다만 이들 재판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치러질 조기 대선에서 이 대표 출마의 장애물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대선 가도의 중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과 경기도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용도 지역 상향 변경이 국토교통부 압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발언한 것 모두 허위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무죄 뒤집힌 선거법 항소심 = 당초 이날 이 대표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 판단을 받을 경우 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 출마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항소심에서 ‘통무죄’를 선고받으며 대선 출마의 청신호가 켜졌다.
검찰이 상고 뜻을 밝힘에 따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남겨두게 됐지만 대선 이전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힘들고,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크지않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렇다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7개 사건으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위증교사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박정운 유제민 부장판사)가 2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거짓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 분양 사건’으로 당시 김 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공모해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2004년 벌금 150만원을 확정 받았는데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TV 토론에서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검찰은 해당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고 이 대표를 기소했지만 1심 재판부는 김씨에게 거짓 증언을 하게 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11일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연 데 이어 다음달 1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재판은 4월 중순 이후부터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 4개 사건의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하게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치고 민간업자들이 7886억원 이득을 챙기게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또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에게 내부 정보를 알려줘 211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 성남FC 구단주로서 4개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고 그 대가로 토지용도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백현동 개발비리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2018년 분당구 백현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는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으로 대장동 사건 등과 병합돼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재판부는 11개월에 걸쳐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심리를 마치고 지난해 10월부터 대장동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데 지난달 법관 정기인사로 재판부가 교체되면서 공판 갱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안이 방대하고 내용이 복잡한 만큼 1심 선고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기대선 전 선고 없어 = 수원지법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재판이 진행된다.
수원지법 형사합의 11부(송병훈 부장판사)가 심리하는 대북송금 사건은 세차례 공판준비기일만 열었을 뿐 이 대표측의 법관 기피신청으로 재판이 중단된 상태다.
이 대표가 법인카드 등 경기도 예산 1억653만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 재판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다음달 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늦어도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달 18일 이전에는 나올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조기 대선은 5월 말~ 6월 중순 치러지는데 그 이전에 이 대표가 받는 재판에서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은 없다. 이번 선거법 2심 무죄 판결로 이 대표 대선 출마를 가로막을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