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AI 활용, 안정과 혁신 사이 균형 도모해야”
선진국 공통 주제 '안정성'
산업별 규제·감독 구체화
구체적·시의성 가이드라인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는 가운데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현재 금융당국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은 포괄적인 안정성 확보에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혁신 서비스 도입을 발전시키려면 산업별 규제 및 감독 기준을 구체화하는 등 구체적이고 시의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AI 안정적 활용 강조 = 자본시장연구원은 26일 여의도 금투센터 3층 불스홀에서 국내외 금융 AI 가이드라인을 비교 분석하고, 금융투자업의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노성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금융 AI 가이드라인의 국제 비교 및 대응 과제’에 따르면 주요국 금융당국은 공통적으로 AI의 안정적인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에서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조사했다.
선진국의 AI 가이드라인에서 발견되는 공통 요소는 안정성이다. AI 기반 서비스의 생애주기에 따라 연구 개발 단계에서는 사전적 안정성(정확성, 공정성, 투명성), 서비스 활용 단계에서는 절차적 안정성(추적 가능성, 설명 가능성, 신뢰성), 감시 수정 단계에서는 사후적 안정성(책임, 윤리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노 연구위원은 “안정성을 구성하는 구체적 요소는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지만 대체로 비슷한 개념들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 AI 가이드라인 또한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주요국의 사례와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금융위원회에서 발간한 ‘금융분야 AI 운영 가이드라인’을 기점으로 금융업에서 AI 기반 서비스의 안전한 활용에 대한 지침을 여러 층위로 나누어 제시했다. 금융기관의 내부통제와 AI 거버넌스 사이의 연관성을 명시한 부분과 주기적인 데이터 품질 검증 및 개선을 요구한 부분에서 특징을 보인다.
◆추상적 원칙, 안정성 확보에만 치중 = 다만 현재 금융당국 AI 가이드라인은 기준이 불분명하고 너무 포괄적인 안정성 확보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
노 연구위원은 “현재 AI 가이드라인은 위반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기준이 있어도 위반 시 제재 방식과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이드라인에 위반하는 AI 서비스를 금융기관이 개발했거나 이미 적용한 경우 이를 철회하고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후속 조치가 미비하다”며 “가이드라인의 산업별 규제 및 감독 기준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부 가이드라인 원칙은 포괄적인 안정성 확보에 치중돼 있어 혁신 서비스의 도입을 제약하고 있다”며 “추상적인 원칙은 실무 단계에서 적용하기 위해 해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안정성에 대한 포괄적인 정의로 인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많은 비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 양식에 대응하지 못할 위험으로 연결된다.
이에 노 연구위원은 “명확하고 구체적이면서 시의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금융 AI 활용에 있어서 안정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도모하고, 금융산업에서는 준법과 업무 효율 극대화를 우선으로 고려하면서 AI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도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위충기 금융감독원 디지털금융총괄국장은 이날 패널토론에서 “현재 망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권 통합 AI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AI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이를 가이드라인에 반영하다보니 조금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국장은 “10년 전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외국과 다르게 데이터 처리·보호와 관련 민감도가 높다”며 “이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망분리 규제 완화를 하고 정교하게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