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무죄에 여당 ‘대선 전략’까지 꼬였다

2025-03-27 13:00:12 게재

유죄 나오면 중도층·야권 지지층 일부 ‘이탈’ 기대

무죄로 대선 판세 흔들 … “탄핵 기각 바랄 수밖에”

국민의힘의 ‘이재명 유죄’를 전제로 했던 조기 대선 전략이 완전히 꼬여버렸다. 이 대표가 재판에서 유죄를 받으면 중도층과 야권 지지층 일부가 이 대표에게 등 돌릴 것을 기대했지만,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없게 됐다”는 한탄이 나온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앞서 묵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앞서 산불 피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26일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고 무죄가 선고됐다. 2심에서도 유죄가 나올 것을 확신했던 국민의힘으로선 당황스러운 결과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이재명 유죄’를 전제로 한 대선 전략을 구상해왔다.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대표의 출마가 원천봉쇄되기를 가장 바랐다. 차선으로는 5개 재판 중 어느 것이라도 2심에서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서 중도층과 야권 지지층 일부가 이 대표에게 등 돌릴 것이란 기대를 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최근 이 대표의 유죄를 전제로 “합리적 중도층은 범죄자 낙인이 찍힌 대선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야권 지지층 가운데 20~30%는 기권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17대 대선을 유사 사례로 들었다. 2007년 대선에서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617만표(26.14%)를 얻는데 그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1149만표, 48.67%)에게 대패했다.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03%로 2002년 대선(70.83%)보다 7.8%p나 하락했다. 정동영 후보를 찍기 싫었던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 상당수가 기권을 택하면서 정 후보가 참패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6일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오면서 국민의힘의 조기 대선 전략은 꼬여버렸다. 5~6월에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그 전에 대법원 판결이 나오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 대표는 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고 있지만, 이들 재판도 조기 대선 전에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재명 유죄’를 전제로 한 조기 대선 전략은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6일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있다”며 사법리스크를 강조했지만, 파괴력은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유죄’ 전략이 꼬여 조기 대선 판세가 불리해진만큼 윤 대통령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통해 대선을 예정대로 2027년 3월에 치르는 게 최선이라는 한탄이 들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6일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문 반면 이 대표는 꾸준히 30%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 달 뒤에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이 간극을 좁히기는 정말 어렵다. (탄핵) 기각을 통해 대선을 늦춰 여당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릴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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