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5% 차관세’에 전세계 반발

2025-03-28 13:00:00 게재

EU·캐나다·일본 “강경 대응”, 영국·한국도 긴급 협상 … 무역전쟁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수입 완성차 및 부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효 시점은 4월 3일이다. 트럼프는 해당 조치가 “영구적(permanent)”이며 외국 제조사의 미국 내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7일(현지시간)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와 미국 간의 깊은 경제, 안보, 군사적 유대 관계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주요국들은 미국의 조치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경제장관 로베르트 하베크는 X(옛 트위터)에 “유럽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강인함과 자신감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자유롭고 규칙 기반의 무역에 대한 치명적인 신호”라고 비판했다.

프랑스의 에리크 롬바르 재무장관도 “유럽이 대응할 유일한 방법은 미국산 자동차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보복 품목 목록이 준비 중이며, 브뤼셀에서 조속히 대응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유럽 제조사들은 수십 년간 미국 내에서 고용과 투자를 책임져 왔다”며 관세 조치의 역효과를 직시하라고 촉구했다.

영국은 조치 면제를 위한 긴급 협상에 착수했다.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는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브스는 특히 테슬라에 제공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트럼프와 가까운 관계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캐나다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에는 최대한의 영향을, 캐나다에는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아니며, 과거의 관계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위협한 점까지 거론되면서 캐나다 내 반미 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모든 대응 옵션을 검토 중이며, 국익을 위한 최선의 대응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멕시코에 이은 미국 수출 완성차 2위국이다. 도요타, 닛산 등 일본계 완성차 업체들은 멕시코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번 관세로 생산 및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국 정부도 긴급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은 현대차, 기아 등이 미국과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어 타격 규모가 작지 않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트럼프 발표 당일 도요타, 혼다, 현대차 주가가 일제히 3~4% 하락했다. 국제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유럽 증시의 Stoxx 600 자동차·부품 지수는 3% 가까이 하락했고, 미국의 GM·포드·스텔란티스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독일 주요 브랜드의 주가도 하락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수출을 견인해 온 유럽 주요국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고립주의적 무역정책의 극단적 사례라고 평가한다. 리서치업체 번스타인은 “관세는 자동차 1대당 최대 1만 2000달러의 가격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부담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도 심각한 수준이다. 일부 국가는 보복 조치와 함께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정책 개편에 나설 전망이다.

4월 2일 예정된 트럼프의 추가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세계 각국은 이해관계 조율과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트럼프는 “우리는 전 세계로부터 수년간 착취당했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면서 “만약 유럽연합이 캐나다와 손잡고 미국을 해치려 한다면 훨씬 더 큰 대규모 관세를 양측에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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