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1천억불 투자, 미 반도체 리더십에 도움 안돼”
팻 갤싱어 전 인텔 CEO
“딥시크, 큰 혁신은 아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6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것은 미국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팻 겔싱어 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말했다.
겔싱어는 또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는 기술공학적으로 훌륭하지만, 큰 혁신으로 보기는 어렵고 미국 기업에 심각한 도전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겔싱어는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연구·개발(R&D)을 하지 않으면 미국이 반도체 리더십을 가져올 수 없다”면서 “TSMC의 모든 R&D 활동은 대만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미국으로 옮기겠다는 발표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트랜지스터 기술을 미국에서 설계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반도체 리더십을 가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적어도 미국에 점진적으로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압박이 TSMC 같은 반도체 제조업체들로 하여금 미국에 시설을 건설할 유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겔싱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업체 인텔을 이끌었으나 경영난이 지속되자 이사회의 압력으로 지난해 말 물러났다. 이후 양자 컴퓨팅과 새로운 반도체 제조 등 기술 분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플레이그라운드 글로벌의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TSMC는 이달 초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진행할 유일한 개발 작업은 이미 생산 중인 공정 기술에 관한 것이며, 핵심 R&D는 대만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겔싱어는 미국이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최첨단 공정 기술에서는 밀리고 있지만, AI의 미래 리더십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저비용 기술로 업계와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딥시크에 대해 “훌륭한 기술공학(엔지니어링)이지만, 핵심적인 혁신이나 획기적인 기술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AI는 흥미롭지만 너무 비싸다”면서 “인간 삶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추론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