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월 2일 ‘무역 해방일’ 예고

2025-03-31 13:00:07 게재

“미국, 이제 돈과 존중 되찾을 시간” … 한국 포함 전세계 고관세 직격탄 우려

30일(현지시간) 퇴임 예정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운데)와 스테판 디옹 주EU 및 유럽 담당 캐나다 특사(왼쪽), 슈테판 바일 니더작센 주지사 등이 세계 최대 산업 박람회 중 하나인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 개막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박람회의 파트너 국가는 캐나다로,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최근 미국의 신규 관세 조치에 영향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을 ‘무역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선포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한 고관세 정책을 공식화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수십 년간 착취당했다”며 “이제 돈(MONEY)과 존중(RESPECT)을 되찾을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트럼프는 미국의 교역 관계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4월 1일 제출받는다. 둘째, 다음날 발표되는 상호 관세는 미국보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보복성 관세를 매기는 조치다. 셋째, 산업별 고율 관세가 추가된다. 트럼프는 이미 자동차에 25% 관세를 사전 예고했다. 반도체, 제약품 등도 향후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캐나다와 멕시코산 전 품목에 25% 관세 재도입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북미무역협정(USMCA)에 따른 일시 면제 조항의 종료와 맞물린다. 이 조치가 즉시 시행되려면 ‘국제 비상경제권법(IEEPA)’이나 1930년 관세법 제338조 등 긴급 권한이 발동돼야 한다. 무역 전문 변호사들은 긴급 권한이 사용될 경우 관세는 곧바로 발효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아널드 & 포터(Arnold & Porter) 파트너이자 전직 미 무역 담당 관리인 린 피셔 폭스는 “만약 그가 IEEPA에 따라 조치를 취한다면 멕시코·캐나다·중국 관세 부과에서의 사례로 볼 때 거의 즉시 발효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케빈 해싯 위원장은 “관세 대상국은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미국은 약 15개 국가와 큰 무역적자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무역 전문가들은 이른바 ‘더티 15(Dirty 15)’ 국가군에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고관세 방침에 백악관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도 힘을 실었다. 그는 “한국, 독일, 일본이 미국을 단순 조립 국가로 만들었다”며 “이제 제조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국가가 고부가가치 부품을 자국에서 생산하고 미국에서는 단순 조립만 시킴으로써 미국의 제조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물가 상승 우려에 대해서는 “외국 기업들이 인플레이션을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 남기 위해 외국 기업들은 가격을 낮춰야 할 것”이라며 연간 6000억달러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중국산 모든 수입품에는 20% 추가 관세가 부과돼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25% 관세가 적용 중이다. 3월 24일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산 석유·가스를 수입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세컨더리 관세’를 명령했고, 이는 4월 2일부터 발효된다. 이로 인해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누적 관세율이 45%를 넘을 수 있다.

국제사회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산 제품 280억달러 규모에 보복 관세를 예고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220억달러에 대해 최대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캐나다는 알코올, 땅콩버터 등 210억달러 규모 품목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에도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반면, 영국과 멕시코는 아직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관세 부과의 주요 타깃 국가는 G20 국가들과 미국과의 무역적자 폭이 큰 나라들이다.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 EU,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 21개국이 잠재적 대상이다.

이번 조치의 경제적 파장은 예단하기 힘들지만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연방준비제도(Fed)는 트럼프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관세는 물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충격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고물가 상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트럼프의 ‘무역 해방’ 선언은 보호무역주의 복귀를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전면 재편을 예고해 주요 교역국들과의 무역전쟁 재점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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