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꺼짐 예방 ‘노후수도관·굴착공사’ 분리해야

2025-03-31 13:00:21 게재

기존 지반침하 대책, 노후관 누수에 집중

강동구 싱크홀도 지하공사 원인 가능성

굴착공사 원인일 경우 인명피해 커져

땅꺼짐 예방대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강동구 싱크홀 사고의 원인이 단순히 노후 수도관 파열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사고 현장 인근에선 지하철 9호선 연장 구간 굴착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공사도 실시 중이다.

하지만 여느 땅꺼짐 사고 때처럼 이번 사고 초기에도 하수도관 파열과 그로 인한 누수 및 토사 유출이 1차 원인으로 지목됐다. 노후 수도관이 땅꺼짐 사고를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인 건 맞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땅꺼짐 사고의 47%가 이로 인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유형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도관 누수로 인한 땅꺼짐은 깊이가 통상 1~2m에서 최대 5m에 그치지만 이번 사고는 지하 20m까지 땅이 꺼졌다.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처럼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들 진단이다.

향후 땅꺼짐 예방대책을 수립하거나 지반침하 현상을 접근할 때 노후 상하수관로 등이 있는 곳과 지하굴착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을 구분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반 속에서 동공이나 함몰이 생성되는 모양 규모 위치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강동길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은 “최근 10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228건이며 이 가운데 48.7%가 하수관, 14.5%가 상수도관이 원인으로 집계됐지만 지하개발공사로 인한 침하도 11%인 25건에 달한다”며 “문제는 굴착공사로 인한 사고의 인명피해 발생비율이 40%로 상하수도 등 시설물로 인한 사고(7%)의 약 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전체 지반침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인명피해비율은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수도관 사고보다 굴착공사가 원인일 경우 싱크홀이 대형화된다”며 “굴착공사가 원인으로 밝혀진 2014년 석촌지하차도 싱크홀도 작은 구멍 7개에서 시작됐지만 나중에 길이 70m짜리 거대한 동공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땅꺼짐 사고 원인을 손쉽게 노후 수도관 탓으로 돌리는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간 공사 보다 ‘수도관이 낡은 탓’이라며 공공에 책임을 묻는 것이 사고 수습 및 처벌, 보상 등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명일동 싱크홀 ‘인재’ 가능성 확산 =

노후 수도관이 아닌 지하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번 싱크홀 사고는 ‘인재’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31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지역은 서울시가 2년 전부터 ‘요주의 지역’으로 꼽았던 곳이다. 박용갑 민주당 위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도시철도 9호선 4단계 연장 사업 건설공사 지하 안전영향평가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발생 지점 인근은 지반이 약하고 침하량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작성된 해당 보고서는 “이 구간에 대한 굴착공사를 하거나 가시설을 설치·해체할 때는 계측 결과에 유의해 안전에 유의한 정밀한 시공이 필요하다”고 적고 있다.

보고서는 일대에 상수도관이 지나고 굴착에 따른 지하수 유입 가능성이 있어 공사 진행 시 지반 강도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해당 지역을 ‘땅꺼짐 위험도 4등급’으로 분류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지하터널과 인접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해당 지역 안전에 대한 경고는 또 있었다. 한국터널환경학회는 2021년 4월 9호선 연장 공사 등으로 지반침하가 우려된다는 공문을 시에 접수했다. 사고 발생 전 주민들로부터 전조 현상이 있다는 제보도 있었다. 공사 관계자들로부터 굴착공사 시 갖춰져야 할 지반강화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내부신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31일부터 2달간 강동구 싱크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한다.

강 위원장은 “5년마다 1회 이상 실시하는 정기점검만으로는 대형 땅꺼짐을 막을 수 없다”며 “지하개발이 이뤄지는 위험구간에 대해선 조사 빈도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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