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커지는 ‘각하’ 기대감…커지는 ‘신속 선고’ 목소리

2025-03-31 13:00:37 게재

헌재 선고 늦어지자 “5 대 3 갈린 탓” 기대 섞인 관측

권영세 “문 대행 시간 끌지 말고 조속히 판결 내려야”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차일피일 늦어지자, 여권은 “인용 선고를 위한 6명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을 내놓고 있다. 명확한 근거는 없는 막연한 기대에 가깝지만 여권은 이 기대에 근거해 헌재에게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중한 선고’를 요구하던 이전 모습과 180도 바뀐 것이다.

헌재가 31일까지 선고 기일을 잡지 않으면서 선고가 4월 이후로 넘어가자, 여권에서는 ‘각하’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여권의 ‘각하’ 기대감을 키우는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헌재 재판관 8명이 그동안 평의를 진행한 결과, 재판관 입장이 ‘5(인용) 대 3(기각 또는 각하)’으로 구분됐다는 것. 이대로 평결을 진행하면 인용에 필요한 6명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탄핵심판은 기각 또는 각하되고,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이런 우려 때문에 인용파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 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는 시나리오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30일 “탄핵심판을 그토록 서두르던 문 권한대행이 갑자기 선고 기일을 잡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는 건 인용을 위한 6명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냐”며 “그것 말고는 (선고 기일을) 잡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 권한대행은) 도저히 내 손으로 각하 선고를 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들면 자신과 이미선 재판관 퇴임(4월 18일)까지 선고를 하지 않고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주말 사이 ‘5 대 3’설이 여권에서는 정설로 통하게 됐다”며 “문 권한대행은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돼서 인용에 필요한 6명이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여권은 ‘5대 3’ 시나리오에 근거해 헌재 선고를 재촉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이전에는 “헌재가 선고를 빨리하려고 피청구인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도 제대로 하지 않는 졸속재판을 한다”며 ‘신중한 선고’를 촉구했다.

하지만 ‘5 대 3’설을 굳게 믿으면서부터는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마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기 전에 하루빨리 ‘각하’ 선고를 내려달라는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제 헌재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초시계까지 들이대며 졸속 심판을 밀어붙이더니 정작 판결은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 원내대표가 실명까지 불러가면서 일부 재판관을 겁박했는데, 결국 민주당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판결 자체를 지연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문 권한대행은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헌재 재판관 한사람, 한사람의 결정에 따라 조속히 판결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헌재) 선고가 늦어지면서 헌재를 둘러싼 낭설이 이리저리 증폭되고 있다”며 “이는 헌재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이미 헌재는 대통령 심판과 관련해 평의를 수십 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 권한대행은 선고 일자를 잡고 헌재 재판관 개개인의 판단을 들어서, 하루빨리 탄핵심판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은 30일 “헌재도 더 이상의 시간 끌기를 중단하고,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결론을 조속히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헌재 재판관들은 탄핵 인용 의견이 6명에 이르지 못하면 탄핵 청구를 기각해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초선의원들도 ‘5 대 3’설에 근거해 헌재 재판관들을 압박한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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