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유상증자 논란 여전…“주주 돈으로 승계” 비판
돈 없다더니 총수 일가에 1.3조원 넘긴 배경 의문
일반주주 피해주는 이해 상충 결정 과정 설명해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전격 경영권 승계 발표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논란은 여전하다. 자금 마련을 위해 증자를 한다는 한화에어로가 유증 계획 발표 직전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사인 한화에너지 등이 가진 한화오션 지분을 현금 1조3000억원에 사들인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이사회에 내용을 충분히 공유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한화에어로가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반주주에게 큰 피해를 끼쳤고 한국 및 한국기업에 대한 국제 신뢰를 훼손했다면서 김동관 부회장에게 유증의 이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관련기사 14면
◆유증 발표 이후 주가 17% 폭락 =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에어로 주가는 67만2000원으로 전일대비 7.1% 오른 채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유상증자를 발표하기 전날인 19일 종가 75만6000원보다는 여전히 11.1% 하락한 금액이다. 전일 종가는 유상증자 결정 전 보다 17%나 급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트럼프 수혜주로 부상하면서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131.5% 급등하다 하락세로 급격히 전환한 것이다.
이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전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이자 한화에너지 지배주주인 김동관 부회장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에서 “한화에어로가 향후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현금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화를 부르는 유상증자를 추진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2025년부터 3년 동안 매출은 65조원, 영업이익은 8조5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가상각 등을 감안해도 향후 3년간 1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유상증자를 하지 않고도 자체 현금흐름을 시설자금(1조2000억원)과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2조4000억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한화에어로는 업황이 좋고 재무구조가 탄탄해 AA-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금리 회사채 발행이나 은행 차입도 가능했던 상황이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이번 기회에 시장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3월 20일 이사회에서 기초자료로 제공되었을 3~5년 재무제표 추정치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며 “한화에어로가 지난 10일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이 50% 소유한 한화에너지와 이의 자회사인 한화임팩트가 1조3000억원의 한화오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던 2월 10일 이사회 의안과 3월 20일 유상증자 의안을 한화에어로 이사회에서 같은 날 논의하는 것이 투명성과 책임 측면에서 올바르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남우 회장은 “김 부회장 개인회사인 한화에너지가 연관된 거래로서 강한 이해 상충 사안이므로 전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이사회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꼼수 승계’ 논란 = 하지만 공개질의에 대한 답은 없이 김승연 회장은 전일 장 마감후 전격적으로 세 아들에게 지분과 경영권 승계를 발표했다. 시장에서 ‘꼼수 승계’ 논란은 여전하다. 이남우 포럼 회장은 “한화에어로가 가족기업인 한화에너지의 보유 지분을 산 이후에 사상 최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승계를 위한 게 아니냐는 건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승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 일반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이해 상충의 문제가 큰일이며 국가적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서는 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라는 판단이 거세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도 “3~4년에 걸쳐 집행될 필요 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했다”며 “아쉬운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 또한 “투자계획은 2030년까지로 5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유입될 현금에 더해 회사채 발행도 적정 규모로 병행했다면 유증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목적이 아무리 정당하고 납득 가능하더라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의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은 소식이라는 점이다. 변 연구원은 “회사는 급변하는 국제 방산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 신속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고 소통하지만 회사가 제시한 투자계획은 2030년까지이며 5년이라는 기간을 감안하면, 향후 유입될 현금에 더해 회사채 발행도 적정 규모로 병행했다면 유증 규모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역대 최대 규모로 계획한 3조6000억원 상당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제동을 건 상태다. 금감원은 △유상증자의 당위성 △주주소통 절차 △자금사용 목적 등 투자자의 합리적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 기재가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증 결정 전 매입한 1조3000억원을 지분 매입에 쓰지 않았다면, 유상증자도 3조6000억원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필요한 자금이 11조원이었다면 2월 1조3000억원을 쓴 결정에 대한 설명 필요성이 더 커진다”고 꼬집었다.
1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요구를 한 후 상법 개정의 필요성은 증권가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남우 회장은 “대규모 유상증자는 지분 가치를 희석하는 효과 때문에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증시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상법 개정 요구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는데 특히 공정성이 결여된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사례는 상법개정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확인 시켜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