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무역전쟁땐 세계경제에 2060조원 쇼크"
트럼프 관세에 전세계가 맞대응하면
미 수출 43% 급감 … 물가 급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상호관세’ 부과가 전면적인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번질 경우, 세계 경제에 최대 1조4000억달러(약 2060조원)의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25%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 교역국들이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경우, 세계 무역은 심각하게 위축되고 물가 급등과 실질 생활수준 하락 등 전방위적인 경제 충격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영국 애스턴대학교 경제학자들이 계량경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출한 결과다.
보고서는 관세 전쟁이 캐나다·멕시코·중국 등 북미권에서 시작돼 유럽, 그리고 전 세계로 확산될 경우를 가정해 여섯 단계의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연구는 2023년 기준 132개국간의 양자 무역 데이터를 토대로 설계됐다.
그 중 미국의 관세에 전 세계 무역 파트너들이 일제히 대응하는 최악의 무역전쟁 전면화 시나리오에서는, 미국 수출이 43% 이상 급감하고 미국이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다. 더 나아가 이런 충격이 단순한 교역 감소에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 심화, 소비심리 위축, 투자 지연 등 간접적인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애스턴대 준 두(Jun Du) 교수는 “25% 상호 관세가 각국에서 동시에 발효될 경우, 이는 1930년대 대공황을 악화시켰던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유사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모델링 결과는 보호무역주의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공급망을 붕괴시키며, 소비자에게 불균형한 비용을 전가하게 됨을 입증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나리오 아래에선 아일랜드처럼 미국과 의약품을 중심으로 긴밀한 공급망을 가진 국가의 피해가 클 것으로 진단됐다. 상호 보복관세로 인한 캐나다·멕시코·미국 간 무역전쟁 초기에는 아일랜드가 소폭의 수출입 증가를 보이지만, 유럽과 미국간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수출은 6.6%, 수입은 13% 가까이 급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한 한국처럼 자동차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도 아일랜드처럼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영국의 경우에도 브렉시트 이후 유연한 통상 정책을 갖게 돼 초기 수혜를 볼 수 있으나, EU와의 관계 악화로 공급망이 흔들릴 경우 결국 손해를 입게 된다는 게 보고서의 경고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시나리오로,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중국에 25% 관세를 매기고 이 세나라가 동일한 수준의 보복관세로 맞서는 제한적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관련 4개국 모두가 무역량이 30% 이상 줄어드는 사태를 경험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이 시나리오에서 캐나다·멕시코보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경제 규모와 교역 구조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복지를 국민 1인당 실질 GDP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미국은 1.1% 감소,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각 5%와 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무역 보복이 연쇄적으로 확대되면 다자간 협력이 붕괴되고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증폭되면서 어느 나라도 피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고 결론지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