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공장들…흔들리는 중국 제조업
트럼프 관세 여파로 위기
지방정부는 지원여력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중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31일(현지시간)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지방정부 재정난으로 제조업체들이 줄줄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연 4000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신규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3월 4일 추가로 10% 관세를 발표했다. 2일에는 또 다른 보복성 관세 조치가 예고된 상태다. 이에 따라 중국 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남중국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생산해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등에 납품해온 리처드 첸은 “올해 주문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며 “지금 우리는 손해를 보고 있고, 더 이상 가격을 내릴 여지도 없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그는 현재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고 했다.
로이터는 이번 무역전쟁이 트럼프 첫 임기였던 2018년보다 훨씬 더 가혹하다고 지적했다. 수익성이 낮아진 저가 제조업체들이 이미 가격 인하 여력이 없는 데다, 이들을 떠받치던 지방정부조차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제조업계에 따르면 2018년 무역전쟁 이후 임금은 2~5% 상승했고, 일부 업종에서는 원자재 가격도 올랐다. 해외 경쟁도 심화되면서 많은 업체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 조치는 이들에게 ‘마지막 결정타’로 작용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뉴욕 브룩클린에 본사를 둔 쓰레기통 제조업체 시티빈의 창업자 리즈 피카라지 CEO는 “현재 자사 제품에 52.5%의 관세가 부과돼 중국 생산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미국 내 생산은 아직 비용과 품질 면에서 비현실적이라, 베트남으로의 전면 이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관세 여파는 중국 제조업 밀집 지역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공장 폐쇄와 규모 축소가 이어지면서 대량 해고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2018년 무역전쟁 당시 관세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중국 공급업체의 수익률은 평균 0.35% 감소했다는 스탠퍼드대 연구 결과가 있다. 또 다트머스대의 분석을 바탕으로 로이터가 집계한 수치에 따르면, 그 해 중국은 약 35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미국 바이어들은 중국 당국이 2018년처럼 세금 환급이나 공공요금 보조 등으로 기업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로이터가 인터뷰한 다수의 중국 공급업체들은 “지금까지 어떠한 새로운 지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호주 모나시대학교의 스허링 교수는 “지방정부들은 이미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어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정부도 더 이상 지방정부의 부채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