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지반탐사 방식, 대형 싱크홀 못찾아

2025-04-02 13:00:57 게재

국토부·서울시 지반탐사 강화한다지만

2m 이상 깊은 곳 동공 발견에는 한계

위험도 높은 굴착공사장 집중 관리해야

강동구 싱크홀 사고를 계기로 당국의 땅꺼짐 예방 대책이 도마에 올랐다. 갈수록 잦아지는 땅꺼짐 사고와 그로 인해 증가하는 인명 피해를 감안할 때 도로 안전대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내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강동구 싱크홀 사고 이후 지반탐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5년에 한번 하도록 되어 있는 법 규정을 넘어 연간 1회씩 실시하고 위험구간은 월 1회까지 탐사 횟수를 늘리기로 했다. 정부도 나섰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자체 장비를 활용해 지반탐사를 강화한다.

강동구 싱크홀 사고로 땅꺼짐 현상에 대한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연희동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서울시와 관계 직원들이 사고 현장을 복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행 지반탐사 방식으론 2m 이상 심도가 깊은 동공은 찾아내기 어렵다. 현재 서울시와 정부는 지반탐사에 GPR(지표투과레이더) 장비를 활용한다. 고주파 대역 전자기파를 지면에서 방출해 지하의 구조와 상태를 영상화하는 방법이다. 이번 강동구 싱크홀처럼 깊이가 20m에 달하는 대형 싱크홀은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울에서 발생하는 싱크홀 규모가 갈수록 대형화, 심층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는 “기존 싱크홀들은 수도관 누수 때문에 주로 발생했고 구멍도 작았다”면서 “하지만 굴착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크기와 깊이가 모두 커서 인명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에만 굴착공사장 300곳 = 서울시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대체 기술이 마땅치 않다는 게 고민이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도 깊이 5m 이상 땅속을 차량이동 상태에서 정확히 탐사하는 장비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 기술도 숙제다. 토목학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현재 GPR 탐사 장비를 보유한 업체가 약 40곳이 있다. 하지만 지반탐사는 영상 판독 기술이 동공 발견 능력을 좌우한다. 국내 업체 가운데 그간 탐사를 통해 지하 동공을 발견한 업체는 5곳에 불과하다.

학계에선 싱크홀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장비와 인력 확충, 판독 기술력 향상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면 부랴부랴 임시 대책을 내놓는 땜질실 처방으론 더이상 대형 땅꺼짐 사고를 예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다. 싱크홀 발생 빈도와 규모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이 정한 횟수보다 지반탐사 빈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지하공간을 연구하는 토목학계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건 최소한 의무를 말하는건데 그동안에는 이를 기준으로 지하안전 대책을 수립해왔다”며 “공공 역량만으로 부족하면 민간업체를 총동원해서라도 위험성이 높은 곳은 연 1회가 아닌 월 1회, 나아가 1주일에 한차례씩 추가 탐사를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깊은 곳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지표 가까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GPR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탐사 횟수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정된 장비와 인력,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서울 도로 규모를 감안할 때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도가 높은 곳을 집중관리하는 방식이다. 앞선 토목분야 관계자는 “서울에는 현재 약 300곳의 굴착공사 현장이 있다”면서 “공사장 주변은 지반침하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 대한 탐사와 현장 감독을 집중하는 것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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