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쇄신위원회 가동…“내부신고 활성화”
은행권 부당대출 방지 후속조치 잰걸음
농협은행, 내부자 익명제보 시스템 구축
우리은행, 직원 의무휴가 주고 일제점검
최근 내부 직원들의 대규모 부당대출 행위가 발각된 은행권이 후속조치에 발빠르게 나섰다. 외부인사를 영입해 쇄신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부 구성원의 제보와 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은 1일 ‘IBK 쇄신위원회’ 첫회의를 갖고 업무프로세스와 내부통제 및 조직문화 쇄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회는 향후 은행내부 쇄신의 범위와 대상에 제한없이 업무 전반에 대한 혁신을 주도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특히 불법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한 내부자 신고시스템을 활성화해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은행 내부 직원들은 QR코드 등을 통해 외부에 마련된 채널을 통해 자신의 신분 유출에 대한 불안감없이 내부 비위를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번 쇄신위원회 활동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신속하고 지속적인 쇄신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김성태 은행장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위원회에 사실상 전권을 부여해 부당한 행위가 발을 붙이지 못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 내부 직원과 외부 관계자가 결탁해 880억원대 부당대출이 이뤄졌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역시 금융당국으로부터 NH농협은행(약 650억원)과 지역농협조합(약 1080억원)에서 부당대출이 있었다는 사실이 적발된 NH농협금융지주(회장 이찬우)도 쇄신책을 내놨다. NH농협금융은 지난 31일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부당행위의 사전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익명제보 접수채널을 개설했다.
‘레드휘슬 헬프라인 시스템’으로 불리는 이 제보시스템은 기존 농협중앙회에서 통합 운영하던 것에서 제보 활성화와 비밀유지 강화를 위해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찬우 회장은“익명의 제보가 윤리와 복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금융사고 예방 및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서도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한다”며 “앞으로 고객의 신뢰를 받는 농협금융그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태로 여론의 지탄을 받은 우리은행도 추가적인 후속조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1일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의무 휴가를 쓰도록 하고, 휴가 기간중 본사 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업무 전반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체크업’ 제도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대상자는 본점 관리자급 이상 260여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10일 이상의 의무 휴가를 통해 재충전을 갖는 한편, 업무를 비운 기간에 강도높은 점검을 통해 부당한 행위의 징후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라고 은행측은 설명했다.
구체적인 점검 사항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부당행위 여부 △업무매뉴얼에 기반한 업무수행 적정성 여부 △팀별 주요 계약사항 이행의 적정상 여부 등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