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과세’ 기업 재무구조·투자효율성 향상에 영향

2025-04-03 13:00:02 게재

특수관계자 대여금도 억제

‘회계·세무와 감사연구’ 분석

대주주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기업의 재무구조와 투자효율성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간한 ‘회계·세무와 감사 연구 3월호’에 실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와 투자 효율성’ 논문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 과세 대상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비효율적인 부채가 적고, 재무구조가 양호한 경향이 있으며 투자효율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저자인 김고운씨(연세대 경영학 박사과정)와 조선애 단국대 교수, 최원욱 연세대 교수는 “기업 내 비효율적인 자금 거래가 줄어들면서, 자원이 높은 성장가능성을 가진 투자 기회로 재배치돼 투자효율성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주주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는 법인의 연간 매출 중 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 비율이 정상 거래 기준인 30%를 초과할 경우, 수혜법인 이익의 일정 비율을 특수관계자에 대해 이익을 분여하는 것으로 간주해 해당 법인의 지배주주 및 그 친족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특수관계자 거래를 이용한 대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됐다.

이번 연구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1403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됐다.

연구결과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위험이 높은 그룹은 부채비율과 유의미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규제 도입 시점에 증여세 과세위험이 높은 그룹이 규제 도입 이후 시기 동안 외부 자금조달 및 부채 의존도를 낮게 관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더 높은 재무안정성도 보였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를 피하기 위해 대상기업이 특수관계자 매출을 감소시키면 단기적으로는 매출액과 이익이 감소하기 때문에 기업의 재무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과세에 대응해 기업들이 비정상적인 특수관계자 매출을 감소시키면, 기업의 본질적인 재무구조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효율성 측정에서는 비정상 투자수준과 과잉투자에서 모두 유의미한 음(-)의 관계를 보였다. 과잉투자를 줄임으로써 전반적인 투자효율성이 개선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논문 저자들은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지배주주의 제국건설과 같은 과잉투자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했으며, 내부 자본시장의 효율성이 개선돼 투자효율성이 향상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위험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지배주주와 비정상적으로 이뤄지는 특수관계자 대여금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여세 규제가 지배주주의 터널링 행위(사적 유용)를 억제하는 데 효과적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저자들은 “이번 연구가 실무적으로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가 대주주의 사익 추구 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투자 효율성을 개선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한다”며 “이는 세제 정책을 설계하고 조세 회피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입안자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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