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리스크엔 엔화가 최적의 헤지 수단”
골드만삭스 전망
“달러당 140엔까지 상승”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 둔화와 무역 관세에 대한 우려가 고조돼 투자자들이 가장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올해 엔화가 달러당 140엔 초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엔화는 150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카막샤 트리베디 골드만삭스 글로벌 외환·금리·신흥시장 전략부문 대표는,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엔화가 최고의 통화 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연말까지 달러당 140엔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보다 약 7% 상승한 수준으로, 블룸버그 집계 전문가 예상치(중간값 145엔)를 웃돈다.
트리베디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엔화는 미국의 실질금리와 주식시장이 함께 하락할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낸다”며 “미국 성장 둔화에 대한 하락 리스크를 헤지하는 데 있어서, 일본 엔화가 오랜만에 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의 이번 전망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일 상호관세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앞서 모건스탠리와 전 연준 관계자들은 이 조치가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성장률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어떤 자산이 유리할지에 대한 컨센서스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일부 헤지펀드들은 여전히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에 따라 올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2회에서 3회로 조정했다. 또한 성장과 관세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S&P 500 지수 목표치를 다시 하향 조정했다.
트리베디는 관세 자체도 위험 요소지만, 달러 움직임의 핵심은 미국의 경제지표라고 본다면서, 특히 4일 발표 예정인 비농업 고용지표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구인건수가 줄었다는 1일 발표 이후,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와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약하게 나오면, 외환시장을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성장 둔화를 더 주목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우려에 대비한 헤지 수단으로 엔화는 매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전략에도 리스크는 존재한다. 일본 엔화는 지난 4년간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워낙 커진 탓에 약세를 이어왔고, 지난해 7월에는 1986년 이후 최저치인 161.95엔까지 하락한 바 있다.
헤지펀드들은 올 들어 엔화에 대한 숏(매도) 포지션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순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고 대체로 엔화 약세에 베팅해 왔다.
트리베디와 그의 팀은 1년 전쯤 달러-엔 환율이 향후 3개월, 6개월, 12개월에 각각 155엔, 150엔, 145엔 수준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엔화는 작년 4월 155엔을 넘어서며 약세를 보였고, 4월 2일 현재는 150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