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관세는 협상카드 아냐…국가 비상사태 대응”

2025-04-04 13:00:02 게재

반도체·제약까지 확대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해 백악관이 이를 단순한 협상 수단이 아닌 ‘국가 비상사태 대응’으로 간주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현지시간) 복수의 백악관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관세를 무역협상의 출발점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명확한 지침을 내부에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고문들과 보좌관들에게 이번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세계 모든 교역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적자를 기록 중인 60여 개국에는 국가별 상호관세를 추가로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협상을 통한 관세 철회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으나 백악관의 기조는 그 기대와는 결이 달랐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먼저 비관세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 이는 세계 무역 질서의 재편”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 무역 고문 피터 나바로도 “이건 협상이 아니라 국가 비상사태 대응”이라며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지를 남기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는 플로리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연락해왔다”며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 “그들이 ‘미국에 엄청난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하는지 여부에 달렸다”며 협상의 문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관세 적용 품목도 확대될 조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 관세가 아주 곧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약 분야도 별도로 검토 중이며 가까운 시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부터 시행된 자동차 관세에 이어, 한국의 대미 수출 1, 2위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가 모두 관세 대상에 포함되며 한국 산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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