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헤지펀드 덮친 ‘마진콜 폭풍’
시장급락에 증거금 요구 폭발
2020년 코로나 이후 최대
대응 위해 금도 내다 팔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급락하면서 헤지펀드들이 2020년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큰 마진콜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주식, 채권, 원유 등 주요 자산이 급락하면서 대형 은행들이 헤지펀드 고객들에게 대규모 마진콜을 통보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진콜은 빌린 돈으로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손실을 막기 위해 증권사나 은행이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이나 자산을 담보로 요구하는 조치다.
이 같은 마진콜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표 이후 중국의 보복 관세가 이어지고, 다른 국가들 또한 대응 조치를 예고하면서 4일과 5일 이틀간 글로벌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휘말렸음을 보여준다고 FT는 설명했다.
S&P500 지수는 1주간 –7.86% 하락해 2020년 이후 최악의 주간 손실을 기록했다. 원유와 고위험 회사채도 대거 매도세가 쏟아졌다.
한 미국 대형은행의 프라임 브로커리지(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부서) 임원은 “금리, 주식, 원유가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장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움직임이 마진콜 규모를 키웠다”고 말했다.
일부 대형 은행들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마진콜을 헤지펀드에 요구했다. 사태가 이렇게 흐르자 월가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팀들은 5일 아침 일찍 출근해 마진콜 대응을 위한 비상 회의까지 열었다.
또 다른 대형은행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임원은 “우리는 고객들의 전체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친 리스크를 파악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장기·단기 주식을 병행 투자하는 롱숏(Long/Short) 헤지펀드들은 4일 하루 평균 2.6% 손실을 기록하며 2016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보였다.
보고서는 헤지펀드들이 이날 주식 보유 비중을 대거 줄이며 주식을 매도한 규모가 기록상 가장 컸던 수준과 비슷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미국 지역 은행 위기 및 2020년 코로나19 급락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매도세는 대형기술주,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등 인공지능 관련주, 고급 소비재, 그리고 투자은행 부문에 집중됐다.
이러한 매도로 인해 롱/쇼트 주식형 펀드의 순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 비율)는 약 42%로 떨어지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많은 헤지펀드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위협에 대응해 보유 주식을 줄이고 은행에 대한 레버리지를 낮춰왔기 때문에 피해가 그나마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시장의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금값마저 5일 하루 동안 2.9% 하락하며 헤지펀드 업계의 혼란을 보여줬다.
스탠다드차타드의 귀금속 애널리스트 수키 쿠퍼는 “귀금속이 마진콜을 충당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