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화석연료 확대도 장애

2025-04-07 13:00:01 게재

뉴욕타임즈 보도 … 본인 공약 이행과 정면배치

중국 기후리더십 주목 … “인도가 상대적 수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이 미국 내에서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화석연료 확대에도 장애가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석유·가스 보급 확대를 통해 미국내 에너지가격을 낮추겠다고 장담해왔다.

또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중국과 인도에게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관세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How Tariffs Could Upend the Transition to Cleaner Energy) 제하의 기사에서 이렇게 내다봤다.

◆관세부과로 유정굴착 비용도 올라 = 뉴욕타임즈는 “(트럼프의 주요국에 대한 관세부과로)풍력발전의 터빈을 만드는 철강부터 전기자동차 배터리까지 미국내 청정에너지 구성요소 비용이 오를 것”이라며 “이런 부품 상당수는 유럽연합,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는데 이들 지역에 높은 관세율이 부과됐다”고 밝혔다.

이어 “가격상승은 재생에너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화석연료에도 영향을 미쳐 천연가스 수출터미널을 건설하고, 유정을 굴착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석유와 가스 생산을 늘려 저렴한 에너지원을 제공하겠다고 공약했으나 본인의 관세정책이 공약이행에 정면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란 전망도 고개들고 있다.

우선 중국과 유럽연합이 미국 화석연료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의 석유·가스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인플레이션 감축법(IIRA) 폐지와 전기차 인센티브 축소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미국에 새로운 투자나 추가 투자를 중단했거나 그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아시아 사회정책연구소의 중국 기후허브 책임자 리 슈오의 말을 인용해 “어떤 중국 클린테크 기업도 미국시장에 더 투자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앞선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전환 전략은 중국의 에너지 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녹색 에너지산업을 만들려 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금융 서비스회사 ING의 지속가능성 투자 부사장인 코코 장도 “관세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재생에너지에 대한 연방 투자를 동결한 상황에서 제조업체들이 철강 제조, 광물 가공, 조립 라인 등 공급망을 이전하는 건 위험한 투자라는 지적이다.

◆중국 재생에너지 부품, 제3국 수출 증가 전망 = 미국이 세계 에너지시장에서 발휘해온 리더십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유럽과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등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하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화석연료 개발 확대 방침은 글로벌 에너지전환 속도를 늦출 순 있어도 방향을 통째 바꾸진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글로벌 리더십 확보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중국은 개발도상국에 기후대응 정책과 관련해 2016년 이후 245억달러 규모의 금융을 제공했다. 아울러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을 통해 세계 150개국 이상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13년 이후 누적 투자액은 약 1조2000억달러에 이른다. 도로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 에너지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다.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 직후 206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중국은 저렴하고 고품질의 태양광패널, 풍력터빈, 리튬이온배터리를 대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동남아시아 국가에 생산공장을 둔 중국기업으로부터 이 제품을 수입해왔다.

그러나 이번 고율관세로 미국은 이러한 품목의 수입비용이 급증하게 됐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제3국으로의 수출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뉴욕타임즈는 “중국은 브라질이나 파키스탄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저소득 또는 중소득 국가로 향하는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및 전기 자동차의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 3년 동안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NEF도 “중국은 2022년 풍력 터빈 수출의 약 65%를 고소득 국가로 보냈으나 2024년엔 60% 이상을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로 보냈다”고 소개했다.

뉴욕타임즈는 전문가들 말을 인용해 인도를 변화하는 환경의 상대적 수혜자로 꼽았다. 트럼프가 발표한 상호관세율이 경쟁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인도는 26%인 반면 베트남 46%, 중국 34%, 인도네시아 32% 등이다. 인도는 자국내 태양광 제품 및 배터리 생산을 늘리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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