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K-팝·드라마 넘어 한국어까지

2025-04-07 13:00:07 게재

연관산업 파급효과 확대 … 다국어 지원 통해 접근성 높여야

해외에서의 한류가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한국어 게임 웹툰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아가 한류의 영향력은 문화콘텐츠를 넘어 소비재와 서비스 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은 7일 ‘2025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4년 기준)’ 결과를 발표했다.

◆한류, 이제는 ‘복합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 = 28개국 2만6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케이팝(17.8%)이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주목할 점은 영화가 5위에 진입하며 정보기술(IT) 제품 6위로 밀어냈다는 것이다. 이는 ‘기생충’ 등 국제적 성공 이후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한류가 초기에는 드라마와 케이팝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게임 웹툰 영화 한식, 심지어 한국어까지 포함하는 복합문화현상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한국어에 대한 호감도는 75.4%로 평균(70.3%)을 웃돌았으며 한류 경험자의 26.8%가 한국어를 학습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필리핀(45.4%) 인도(43.8%) 인도네시아(43.8%)에서 한국어 학습 경험률이 높았다.

한국어 학습 목적으로는 ‘한국 및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56.4%), ‘한국어에 대한 관심’(55.0%), ‘한국인과의 교류’(45.4%) 등이 꼽혔다. 한류콘텐츠를 더 깊이 이해하고 향유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해외 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인사말하는 김원석 감독 김원석 감독이 3월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시간·지출액 동반 성장 = 한류 경험자의 월평균 한국 문화콘텐츠 소비 시간은 14.0시간으로 전년 대비 2.3시간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일상 복귀에 따라 감소했던 콘텐츠 소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특히 드라마(17.5시간) 예능(17.0시간) 게임(15.4시간) 웹툰(14.5시간) 등에서 소비 시간이 늘어났다.

한류콘텐츠 월평균 지출액도 15.4달러로 전년(10.5달러) 대비 4.9달러 증가했다. 특히 한국어(31.7달러) 패션(31.2달러) 뷰티(27.9달러) 음식(23.2달러) 등 대면 소비가 필요한 분야에서 지출액이 높았다.

“누리소통망(SNS)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대면으로도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문체부의 분석처럼 온라인에서 시작된 한류 소비가 오프라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대중적 인기 인식률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대비 2020년에는 4.4%p 상승했으나 2020년 대비 2024년에는 8.2%p 상승해 그 상승폭이 거의 두 배로 커졌다. 특히 드라마(17.9%p) 영화(13%p) 예능(9.3%p) 등 영상콘텐츠 분야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소비재·서비스업으로 확산 =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구매 의향도 크게 증가했다. 한국 제품/서비스 구매 의향은 58.9%로 2020년(44.1%) 대비 14.8%p 상승했다. 특히 ‘영화·방송에 등장’을 구매 이유로 꼽은 비율이 22.1%로 전년(17.1%) 대비 5%p 증가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는 ‘간접광고(PPL) 효과’가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태국(33.1%) 인도(31.1%) 아랍에미리트(27.5%) 중국(26.9%) 베트남(26.9%) 등에서는 ‘영화·방송 등장’ 이유가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한류가 한국 제품/서비스 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63.8%로 전년 대비 5.9%p 상승했다. 인도네시아(82.7%) 필리핀(81.6%) 인도(79.5%) 베트남(76.3%) 등 아시아 지역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부정적 인식 증가도 = 그러나 한류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부정적 인식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하는 비율은 37.5%로 전년 대비 4.9%p 증가했으며,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인도(52.7%) 아랍에미리트(52.0%) 홍콩(50.0%) 등 한류 소비가 활발한 지역에서 부정적 인식이 높게 나타났다. 주요 부정 인식 공감 이유로는 ‘지나치게 상업적’(15%), ‘남북 분단/북한의 국제적인 위협’(13.2%), ‘자국 콘텐츠 산업 보호 필요’(11.8%) 등이 꼽혔다.

또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호감 저해요인으로 ‘한국어가 어렵고 너무 생소해서’(각각 22.1%, 22.2%), ‘번역 자막/더빙이 불편해서’(각각 20.8%, 20.5%) 등 언어 장벽이 여전히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한류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다국어 지원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한편, 문체부는 올해 4월 ‘한류산업진흥 기본법’ 시행에 맞춰 한류산업 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해외 종합 한류박람회와 해외홍보관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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