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률 전망 더 낮추고 기준금리 추가 인하하나

2025-04-07 13:00:33 게재

올해 성장률, 트럼프 관세로 비관적 시나리오 1.4%도 쉽지 않을듯

추경 규모 따라 0.3%p 안팎 추가 상승 … 통화정책 완화 속도 주목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전세계를 향한 무차별적인 관세정책으로 국내 경기둔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1%대 중반은 고사하고 자칫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고, 정부의 상당규모 추경 예산으로 성장률을 일부 떠받칠수도 있지만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JP모건은 최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9%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정부(1.8%)와 한국은행(1.5%), OECD(1.5%) 등은 여전히 1% 중반대 성장률을 내놓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흐름을 발빠르게 예상하는 민간부문은 큰폭의 추가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하순 발표하는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이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아직 전면화하기 전이어서 큰폭의 추락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지만, 정부와 한은 내부에서는 벌써 0%대 초반에 머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분기(-0.2%) 역성장 이후 3분기 연속 0%대 초반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문제는 올해 2분기 이후다. 이달부터 미국의 상호관세(25%)가 본격 시행되면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전세계 교역이 얼어붙으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한은이 지난 2월 내놓은 경제전망보고서의 기본 전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상품수지 흑자에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한은 전망치(2.1%)에서 크게 못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JP모건은 지난 5일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3%로 크게 낮췄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전세계 교역 성장률(2.9%)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면 역성장 가능성이 크다. 상품수지(800억달러)와 경상수지(750억달러) 흑자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국내 민간소비(1.4%)와 설비투자(2.6%), 수출(0.9%) 증가세도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한은이 2월 전망한 거시경제의 정상적 경로는 물론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른 성장률(1.4%)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커진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충격은 한은의 비관적 시나리오(1.4%)보다 클 것”이라며 “자동차 수출이 줄어 성장률이 0.2~0.5%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연말이후 불확실했던 정치일정이 일부 해소된 만큼 빠르게 추락하는 경기를 방어하기 위한 재정 및 통화정책 필요성이 나온다. 특히 상당한 규모의 추경 예산을 편성해 경기 진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이 나오지만 이 정도 규모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 답변에서 “추경을 15조~20조원 규모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정도 추경이면 성장률을 0.2%p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야당 일부에서 나오는 3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을 고려하면 최대 0.3%p 이상의 경기 부양 효과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여부도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 2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3.00%에서 2.75%로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17일 예정된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후 다음달(29일) 회의에서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율 변동성 추이에 따라 한은이 좀 더 빠른 템포로 통화정책을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씨티은행그룹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원달러 환율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사라질 수 있다”며 “외부 충격에 대한 한은의 우려가 완화되고, 이에 따라 통화정책 여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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