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수업복귀 물꼬 트이나
대화 단절했던 의료계 태도 변화
본과 고학년부터 수업 복귀 조짐
출구가 보이지 않던 의정갈등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윤 전 대통령과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사실상 대화를 단절했던 의료계 태도에 변화가 보이기 때문이다. 의대생들도 수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교육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대학이 탄핵 인용 후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학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실제로 경북대 등 일부 대학은 이번주 중 동영상을 시청하는 비대면 수업 방식에서 대면 수업으로 전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의대생들 사이에선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 결과를 본 뒤 수업 거부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복귀할 경우 교육부가 내놓은 ‘내년도 증원 0명’ 조정안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있어 수업복귀 여부를 미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의료계와 교육계는 헌재 파면 선고로 의대증원 등 의료계 현안을 둘러싼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4일 헌재 대통령 파면 결정 직후 “잘못된 의료정책들을 중단하고,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등을 합리적으로 재논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이를 통해 좌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과 교육 현장으로 돌아오는 단초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의한다면 만나서 대화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 의협의 설명이다.
정부 역시 의료계와 타협에 반대로 일관했던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대화의 공간이 커졌다. 여기에 조기 대선에 나서는 각 당 대선 후보들도 공약을 고리로 의료계와 타협에 나설 수 있다.
이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의대 본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업참여 움직임도 시작됐다. 지난 4일 기준 서울대는 본과 4학년 111명 중 72명(64.8%)이, 연세대는 본과 4학년 93명 중 44명(47.3%)이 수업에 참여했다. 고려대는 본과 2학년 74명 중 47명(63.5%)이 강의를 들었다.
다만 예과생들의 참여율은 낮은 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자체 조사 결과, 전국 40개 의대 중 15곳의 평균 수강률이 3.9%라고 주장했다. 특히 일부 강경파 사이에선 차기정부 출범 시까지 수업을 거부하며 투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의료계와 교육계에서는 고학년에서 시작한 수업 참여가 예과생들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연세대 의대 교수 517명도 단체 성명을 내 “학장단이 학사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학사 일정에 대해 대학의 취지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소통이 충분하지 않아 학생들이 받았을 심리적 부담과 상처를 이해한다”면서 학장단에 향후 학생 의견을 반영하는 구조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에게 수업 복귀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소수 미복귀 의대생들의 구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협은 이들에 대한 제적 처분이 이뤄질 경우 의사들의 휴진·파업까지 진행할 수 있다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