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관세폭탄 난국 극복 위한 ‘자강노력’

2025-04-08 13:00:04 게재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1434.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전날보다 32.90원 떨어진 것이다.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 계엄책동과 탄핵정국의 장기화로 시장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힌 덕분이다. 그렇지만 4일 밤 야간거래에서는 환율이 다시 1460원대로 올라섰고 이번주에도 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관세가 또다른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

탄핵정국 불확실성 걷혔으나 트럼프 관세폭탄에 금융시장 충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른바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5일부터 부과키로 한데 이어 국가별 차등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9일부터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는 무역적자가 큰 60개국을 겨냥한 조치다. 그 표적에서 한국도 빠지지 못했다. 한국에는 25%의 상호관세가 적용된다. 일본(24%)이나 유럽연합(20%)보다도 높은 관세율이다. 철강과 알루미늄(25%), 자동차(25%) 등이 이미 관세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이번에 빠진 반도체와 의약품도 추후 관세폭탄을 때리겠다고 미국은 예고했다. 중요한 대미수출품목들이 대부분 관세폭탄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하나은행과 산업연구원 등은 대미수출이 13%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상 줄어들지도 모른다.

미국의 상호관세에 맞서 중국 등 일부 국가는 보복조치를 단행하는 등 강경대응하고 있다. 말하자면 ‘관세전쟁’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 정면으로 맞서기도 어렵다. 슬기로운 해결책을 마련해 헤쳐나가야 할 처지이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정권의 이같은 관세정책은 지속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오히려 자해행동에 가깝다. 지난주 미국 증시가 이틀 연속 폭락한 것도 이를 입증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기에 미국의 산업과 경제에도 해로울 것임을 경고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돌아설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른다. 그때까지 한국은 당분간 대미수출의 어려움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는 동안 스스로 튼튼해지기 위한 ‘자강(自强)’ 노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은 수출 감소로 타격을 입는 국내 기업들을 보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내부유보도 빈약한 중견중소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혹시 ‘흑자도산’하는 기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사의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동시에 국내 생산제품의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기업체질을 혁신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재정 또는 금융 지원이 필요하면 과감하게 하되, 지배구조 개선과 비핵심자산 정리 등 구조혁신을 유도하면 좋을 것이다.

거시적으로는 내수와 국내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의 역량강화와 취업을 돕고, 중간계층의 생활비와 주거비용 줄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 수단이 추경예산이든 무엇이든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현재 내수를 좀먹고 있는 핵심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부동산경기 위축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관세폭탄을 완화시키기 위해 단합된 노력 필요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관세폭탄을 완화시키기 위해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파면되고 없는 상황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이제 조기 대선도 치러진다. 권력의 공백기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정치권 및 대통령권한대행이 이끄는 정부가 합심해 좋은 방안을 세우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모든 정파의 동의를 받는 중량급 특사를 파견하거나, 권한대행 자신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 다만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차분하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다른 나라들의 대응을 보면서 효과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국내 기업체질이 강화되고 국내 선순환구조가 자리잡으면 새로운 기회가 온다. 지금의 어려움을 잘 견뎌내면 미국의 관세폭탄이 약해지는 등 경제환경이 개선될 때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번 계엄사태 발생부터 종식에 이르는 동안 발휘된 시민역량을 잘 모으면 위기극복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차기태 본지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