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윤석열 파면소식이 북한 사회에 미칠 영향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소식을 하루 늦게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때 결정 2시간 20분 만에 보도한 것보다 상당히 늦다. 내용적으로도 당시에는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 대변인 성명을 통해 ‘역사적 승리’ ‘인민적 승리’라고 평가했던 것과 달리 이번 보도에서는 파면 결정 소식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이런 차이는 북한이 더 이상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로 인식하지 않고 ‘국가 대 국가의 적대관계’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의 파면 소식에 대한 북한 정치권력의 부담도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남한의 대통령 파면소식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북한은 지난 12월 계엄령 선포 당시 별다른 보도를 하지 않았고 파면소식도 늦게 알렸다.
북한권력 입장에서 계엄령 선포와 그에 따른 국민의 저항, 탄핵 결정과 파면 소식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강한 정치권력과 군을 통한 사회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는 계엄과 그에 따른 파면결정 모두가 자신들의 통치 방식의 정당성을 잃게 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엄령 선포 이후 보여준 한국 사회의 저항 움직임은 북한 정치권력에게 두려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미 북한 주민의 사상의식 이완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지난 110여일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리는 것이 갖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과정과 사유는 생략하고 간략히 파면 결정 사실만을 보도하는 것을 선택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내부 정치사상적 통제 강화 가능성
그리고 북한 주민의 저항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이후 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파면 결정 보도가 이뤄진 날 김정은 위원장의 특수작전부대 훈련 참관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만 보더라도 현재 통치기조와 전략적 선택의 정당성과 우월성을 강조함으로써 정치권력을 정당화하고 주민들의 의식을 통제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파면 소식과 그 의미가 북한 주민에게도 전해졌을지는 의문이다. 파면 보도를 낸 노동신문이 북한 사회의 정보유통 경로로는 유명무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신문 보도 내용 자체가 간단하기도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 노동신문은 정보를 접하는 매체로서 더 이상 기능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주민들이 이를 통해 파면소식을 접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최근 북한 사회 내부에서 휴대전화와 일반전화가 확산되었기에 주민들 간의 소문과 소식 전달을 통해 관련 내용이 전해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보기기의 보유에서 나타나는 지역과 계층 간 격차를 고려했을 때 확산 수준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사이 북한의 가정 내 정보기기 보유 현황은 TV 87.5%, CD/DVD 74.5%, 휴대전화 58.8%, 일반전화 52.5%, MP 3 34.7%, 컴퓨터 33.3%, 라디오 18.9%라고 한다. 과거에 비해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정보기기의 보유율이 높아지기는 했으나 지역과 계층 간 격차는 매우 크다.
지역별로는 평양이 압도적으로 보유율이 높은데 휴대전화는 다른 지역의 약 3배, 컴퓨터는 약 3배, 일반 전화는 약 3배 정도 높다. 직업별로는 행정일꾼·보안원·군인이 34.7%로 가장 높고 노동자와 농장원은 각각 16.7%, 3.0%로 격차가 크다. 소득별로도 상층이 하층의 6배 정도 높은 비율인 56.2% 정도 보유하고 있다.
파면소식 북한 주민에 전해질 가능성 낮아
북한 내부의 정보기기 보유 격차는 결국 정보의 격차를 야기해 일반 주민이 내외부의 소식을 접하게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정보기기가 있더라도 이에 대한 강력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자유로운 정보유통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남한의 파면소식이 북한 사회 내에서 알려질 가능성은 매우 낮고 오히려 당국의 정보통제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이후 북한 사회에서 어떤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보 접근성 제고와 자유로운 정보 유통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각도에서 북한과 외부사회의 접촉면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