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차단에 캐나다 대학가 직격탄
자유당정부, 유학생과 임시노동자 유입 제한… 캐나다 경제 전반에 여파 확산 중
캐나다 대학들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교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며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아예 폐교를 선언한 대학도 있다. 세계 각국에서 유학생들이 몰려들던 캐나다 대학들이 갑자기 위기를 맞은 것은 연방정부의 정책 전환 때문이다. 자유당정부는 1년여 전부터 심각한 주택난과 의료 및 공공서비스 위기를 이유로 유학생과 임시노동자 유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교육계를 넘어 캐나다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학생비자 승인 25% 수준으로 축소
캐나다정부는 작년 말 유학비자 승인 인원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에 15만5000건,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15만건의 신규 학생비자만 발급한다는 계획이다.
캐나다 유학생은 2023년 6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15만여건의 학생비자 발급은 3년 전과 비교하면 25%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2024년의 36만건, 2025년의 43만7000건과 비교해도 꽤 가파른 감축이다. 유학비자 신청자들에게 요구하는 은행 잔고증명 금액도 2000달러 이상 상향 조정했다. 대신 유학생들에게 주던 혜택은 축소했다.
캐나다에서는 유학생 가족이 노동비자를 받아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생활비를 벌 수 있다는 것은 캐나다대학 유학이 갖는 강점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런 취업허가(워크퍼밋) 자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칼리지) 유학생의 배우자와 사실혼 파트너 등에게 오픈 워크퍼밋이 발급되었지만 이제는 박사과정이나 16개월 이상의 석사, 간호대·약학·공학 등 전문직 프로그램에 등록한 유학생 가족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
졸업자들에게 주던 취업비자(PGWP) 발급 조건도 까다로워졌다. 공립 칼리지의 모든 졸업자에게 주어지던 혜택이 사라지고 이제는 캐나다 노동시장에서 인력이 부족한 보건의료 등 특정 분야 전공자만 신청할 수 있다. 과거에는 졸업장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공인 영어·불어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사립 전문대의 경우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해 버렸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학 재정적자
정부의 정책변화는 각 대학에 즉각 영향을 줬다. 유학생 의존도가 높았던 토론토 근교의 모학칼리지와 코네스토가칼리지는 학생비자 쿼터 삭감 이후 등록생이 30~50%가량 감소했다. 유학생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자 대학 재정위기는 현실이 됐다.
토론토에 있는 요크대학교는 지난해 재정 압박을 이유로 18개 프로그램에 대한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주로 어문계열과 인문사회계열이었다. 요크대는 캐나다에서 세 번째 규모를 자랑하는 공립대학으로 슐릭 경영대학원은 캐나다 최고 수준의 명성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대학 관계자는 “유학생 비자 발급 축소 이후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온타리오의 구엘프대학교는 유학생 등록 감소 때문에 생긴 4700만달러(약 470억 원)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년 사이 임직원 조기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며, 킹스턴에 있는 퀸즈대 역시 일부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있는 기술교육대학(MITT)은 유학생 감소에 따라 1년간 단계적으로 운영을 중단하며 결국 문을 닫겠다고 지난 1월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토론토의 험버칼리지(기술 전문대)가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있는 알곤퀸칼리지 이사회도 최근 심각한 재정 적자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30개 학과 프로그램의 운영 중단을 최종 의결했다. 이 전문대학은 이미 작년에 37개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일부 캠퍼스를 폐쇄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학교 관계자는 “유학생이 전년 대비 53%나 줄었으며, 이런 공백 때문에 예산 470만달러(약 47억원)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월세 폭등에 싸늘해진 여론
캐나다는 올해도 38만명의 영주권자를 받아들일 예정이다. 2024년 약 50만명을 받아들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민을 축소하는 추세긴 하다. 연방정부는 이민이 캐나다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이라는 데 여전히 동의한다. 캐나다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유학생 정책의 방향을 급선회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심각한 주택난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캐나다에는 영주권자와 유학생, 임시 노동자를 포함해 연간 약 100만명이 쏟아져 들어왔다.
인구는 폭증하는데 주택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유학생들이 임대주택 시장에 수요가 몰리면서 월세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2023년 3월 기준 토론토 시내의 방2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평균 3300캐나다달러(약 330만원) 수준이었다. 방 1개짜리도 2500달러를 넘었다. 캐나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민과 유학생 증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커졌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연방정부는 2024년 말부터 가장 빠르게 인구 유입을 막을 수 있는 유학생 비자 발급을 틀어막았다.
급격한 인구 유입은 의료와 교통문제도 키웠다. 지난해 캐나다인들은 가정의(패밀리 닥터)로부터 소견서를 받아 전문의를 만나기까지 평균 15주를 기다려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의 임금 손실과 노동생산성 저하를 계산하면 환자 1인당 3000달러 이상 손해를 봤다는 통계다. 의료진 확충 없이 인구만 늘어나니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학생 유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당장 주택월세 안정 효과가 나타났다. 온라인 부동산중개업체 ‘렌털스’의 2월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토론토의 평균 월세는 2,482달러로 이는 2025년 같은 기간보다 5.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2월과 비교하면 10% 이상 떨어졌다.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스튜디오(원룸) 월세는 1년 사이 7.9% 내렸으며, 방 1개짜리는 6.9% 하락했다.
‘렌털스’ 관계자는 “보통 (학기가 시작되는) 여름에 임대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월세 가격도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지난해 여름에는 토론토의 월세가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유학생 유입이 줄면서 아파트 월세도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유학생 규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이제야 연방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보고, 그에 맞는 정책을 추진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학생비자 발급 감축은 캐나다 사회에 또 다른 짐을 안겨주고 있다.
유학생은 캐나다 재정 지탱하던 한 축
캐나다 대학들은 유학생들에게 국내 학생들보다 2~4배 비싼 등록금을 받는다. 사실상 대학 운영자금을 상당 부분을 유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했다. 온타리오주는 지난 7년간 대학 등록금을 동결했는데 유학생들이 사실상 그 차액을 메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학생이 줄면서 최근 온타리오주정부는 앞으로 대학들이 연간 2% 수준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교육재정이 고갈되자 캐나다인 재학생들에게 주던 학비보조 혜택도 대폭 축소했다.
CTV뉴스는 “2024년부터 조금씩 강화된 연방정부의 유학생 비자 발급 제한으로 각 대학의 수익 모델이 붕괴되었으며, 전체적으로 온타리오에서만 약 14억달러의 수익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6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사라졌으며, 약 8000명의 교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또한 유학생들은 레스토랑이나 배달업체 등의 저임금 서비스직의 일자리를 채웠다. 그들이 한꺼번에 빠지면서 영세업체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분야도 마찬가지다. 월세는 안정을 찾고 있지만 투자용으로 소형 아파트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큰 위기에 봉착했다. 토론토에서 교육컨설팅을 하고 있는 ‘세계유학&교육’ 이승연 대표는 “유학생들이 다른 나라로 발길을 돌리면서 캐나다경제가 후폭풍을 맞고 있다”면서 “교육계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학가의 상권도 활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야 캐나다 사회는 유학생이 단순한 ‘방문객’이 아니라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축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듯하다”며 “2~3년 후에는 다시 ‘이민 초대장’을 대거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찌 보면 지금이 좋은 전공을 선택한다면 캐나다 유학의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