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오일쇼크의 귀환, 전시대응이 필요하다

2026-03-20 13:00:02 게재

정부가 서둘러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 주유소 기름값은 많이 내렸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다. 지하철 이용객이 급증, 콩나물 시루가 된 것이 한 방증이다. 국제유가가 연일 폭등하고, 특히 물가에 결정적인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조만간 물가인상 도미노가 도래할 것임을 동물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란전 장기화’에 방점을 찍으며 5부제 도입 필요성을 거론했고 실무부처는 즉각 5부제 실행계획을 세웠다. 5부제 실시는 사실상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을 의미한다. 정부도 내심 최고가격제 갖고선 당면한 오일쇼크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고 판단, 최악의 ‘공급부족 사태’에 대비하고 있음을 은연중 드러낸 셈이다.

5부제 실시는 사실상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

지금 국제유가는 말 그대로 “미쳤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수직급등하고 있다. 19일에는 배럴당 110달러까지 돌파했다. 이란전 발발후 50% 가까이 폭등했다. 이날 이스라엘이 개전후 처음으로 이란의 최대 가스전 등 에너지시설을 공격하고, 이에 이란은 세계최대 가스전인 카타르 가스전을 보복공격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더 나아가 추가공격이 있을 경우 “걸프 에너지시설 전체를 파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미치광이 전략’에 맞서 이란도 ‘미치광이 전략’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주변 산유국 공격을 예상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을 몰랐다”고 하는 등 국제유가 폭등에 크게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4~5 주면 끝날 것”이라던 이란전은 벌써 20일이 지났고 나날이 격화돼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에 질질 끌려가고 있는 트럼프는 미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란전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양상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9일 이란과의 전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면서 “전쟁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진의를 믿기 어렵다. 종전의 키를 잡고 있는 이란정부도 아직 강경 일변도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지상군 투입 질문에 “어디에도 안보낸다”고 했지만 수시로 바뀌는 그의 입을 믿기도 어렵다. 만약 미 지상군이 투입되는 순간 이란전은 정말 장기전으로 돌입할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지배적 관측이자 우려다.

이미 업계에선 4~5월 위기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는 차원을 넘어서 공급 부족 사태에 직면하면서 관련산업 전체가 마비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오는 24일 호르무즈 봉쇄 전에 해협을 빠져나온 유조선이 국내에 도착하는 것을 끝으로 당분간 신규 원유 유입은 끊길 전망이다.

청와대는 서둘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유 2400만 배럴을 추가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내 하루 원유 소비량은 280만배럴. 9일치 정도의 분량이다. 현재 원유 비축물량은 약 1억9000만 배럴. 정부는 비축유로 208일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하나, 이는 수출을 뺀 계산이다.

지난해 국내 정유사의 수출 물량은 4억8535만 배럴로 전체 원유 도입량의 51.9%다. 정부가 방출을 시작한 1억9000만 배럴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68일이다. 당연히 완전 소진 전에 비상대응에 착수해야 한다. 4~5월 위기설의 근거다.

공급 부족 위기에 직면한 것은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이래 수십년만에 처음이다. 1973년 오일쇼크때 물가는 순식간에 20%이상 폭등하고 공장들이 연쇄도산하는 등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세칭 ‘S 공포’를 뼈저리게 경험해야 했다. 1979년 2차 오일쇼크는 1차 때보다 충격이 더 커 부가가치세 도입과 맞물려 부마항쟁을 촉발하면서 박정희 정권 붕괴의 핵심 요인이 되기도 했다.

1∙2차 오일쇼크 이래 수십년만의 위기, 민생 전반에 선제적 대응해야

이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선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청와대와 모든 정부부처는 전시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갖고, 민생 전반에 대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아예 현상황을 ‘전시상황’으로 규정하며 조속한 ‘전쟁추경’ 통과를 지시했다.

전시에는 일선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해야 한다. 현장의 우려를 기득권 사수를 위한 ‘과장’이 아닌 ‘직언’으로 받아들여야 예측불허의 전시에 살아남을 수 있다.

박태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