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사법부, 대국민 사과가 먼저다
이른바 ‘사법개혁 3법’ 즉 법왜곡죄 처벌규정을 신설한 형법, ‘재판소원’을 도입한 헌법재판소법,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 법률이 지난 12일 시행되면서 이에 대응하느라 사법부가 바빠졌다. 그동안 반대하는 입장을 바꿔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법원행정처장 직무를 대리하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16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사법 3법’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추진할 방안과 대책을 공유했다. 우선 법왜곡죄 신설에 대응해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법을 왜곡해 적용하는 형사 법관 등을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어서 법관의 위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재판소원 도입에 따른 제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 조직도 꾸린다. 재판소원 제도 안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구성해 앞으로 문제될 수 있는 여러 쟁점들에 관해 체계적인 검토와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또 2년 뒤부터 진행될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법관 증원 △재판연구원 증원 △시니어판사 제도 도입 △사법보좌관 업무범위 확대 등 사실심(1·2심)의 재판 역량을 유지·보강할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법 개정에 우려 또는 반대를 해 왔던 사법부가 법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를 마련하기로 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법원행정처는 이번 법률 개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사법부 구성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신속·충실·공정한 재판 구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국민을 위한 올바른 길을 모색해 간다면 국민께 신뢰받고 사랑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런데 사법부의 이런 대응은 앞뒤가 뒤바뀐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고 개혁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 배경이나 원인에 대한 자기반성이 먼저인데도 이는 빠져 있다. 오히려 사법부 구성원들에 대한 걱정이 앞서 있는데 국민들이 다시 신뢰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사법부 내부에서 나오는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승용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신뢰를 잃고 개혁대상이 된 상황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건 ‘리더십의 위기’라면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이 결자해지 하는 것이 위기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만간 조 대법원장이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사법부 신뢰의 물꼬를 트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