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산업 화두는 ‘신뢰 되찾기’
해진공 글로벌 해운·공급망 컨퍼런스 참석 보고서 … 4월 단기운임 상승 조정
세계 해운업계가 신뢰회복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원지가 된 관세전쟁으로 세계 무역시장에 불확실성이 증폭된 가운데 컨테이너해상운임은 하락세를 끊고 반등했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여력은 부족한 것으로 분석된다.
◆운임 상승세 이어갈 동력 부족 = 7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보다 3.2% 상승한 1829포인트를 기록했다. 12주만에 반등했지만 부산항을 출발하는 13개 글로벌 항로 중 운임이 오른 노선은 북미서안 북미동안 북유럽서아프리카 일본 등 5개 항로에 그쳤고 지중해 중동 동남아 등 7개 노선은 내렸다. 중국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지난 4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운임지수(SCFI)는 2.7% 오른 1392.8포인트를 기록했다. 10주간 이어오던 하락세를 끊고 2주 연속 상승했다. 운임이 오른 항로도 상하이항을 출발하는 13개 글로벌 항로 중 북미서안 북미동안 유럽 등 11개에 달했다. 운임이 내린 곳은 지중해 남미 2개 노선에 그쳤다.
하지만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합리적 예측은 드물다. 해진공은 7일 발표한 주간시황보고서에서 “연간 계약갱신을 대비해 대형 선사들의 공급 조절 움직임이 커지고 있고, 전체 항로에 걸쳐 68항차의 결항이 예정돼 있는 등 선사들의 운임 방어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는 화주부담 증가 → 제품가격 상승 → 구매력 저하 →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복량(화물을 실을 수 있는 선박 공간) 증가는 현재 시장을 규정하는 기본 구조다. 해진공은 신규 선복 투입이 늘면서 아시아~미주항로의 경우 투입된 총 선복량이 3월 116만TEU에서 5월 143만TEU까지 점차 증가하며 공급 부담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항로는 선사들과 해운동맹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운임 상승세가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해진공에 따르면 머스크(덴마크)와 하팍로이드(독일)가 맺은 제미나이얼라이언스는 3항차 추가 결항을 예고했지만 세계 최대 선사 MSC(스위스)는 이달 중반부터 2만4000TEU급 선박을 추가 투입하고, CMA CGM(프랑스) 코스코(중국) 등이 함께 운영하는 오션얼라이언스도 선복량을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속 ‘누가 기회를 잡을지’ 촉각 = 세계 해운업계는 단기적인 시황 움직임에 대응하면서 구조적인 변화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해진공이 지난 4일 발행한 ‘해운 및 공급망 컨퍼런스(TPM25) 탐방기 - 불확실성의 시대, 해운물류의 미래를 엿보다’에 따르면 세계 해운업계는 정치적 변화, 무역분쟁, 기후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서 오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고, 이 혼란 속에서 누가 기회를 잡을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해운 및 공급망 컨퍼런스’는 세계 최대 규모 해운·물류업계 연례 행사로 올해는 4400여명이 등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해운·공급망 컨퍼런스는 ‘불확실성 속의 신뢰회복’을 주제로 △미국의 대중국 해운규제 및 글로벌 무역 긴장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과 의미 △갈라지는 디지털전환 전략 △선사별 친환경 전략 및 대응 등에 대해 논의가 진행됐다.
미국의 대 중국 해운규제는 참석자들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중국 조선업과 선박 운영사를 직접 겨냥한 항만세(Port Fee Surchrge)는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 뿐만 아니라 해당 선박을 보유한 선사 전체에 대해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진공은 미국의 중국 선박에 대한 규제 방침은 지난달 하순 두 차례 공청회를 거치며 격렬한 찬·반 논쟁을 일으켰지만 대통령의 행정명령 초안까지 마련돼 있어 올해 상반기 중 시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이 중국에서 건조한 선박에 대해 항만세를 부과할 경우 해운업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항만세 도입은 선사운임 상승 → 수출이윤 감소 → 공급망 재편 가속 → 미국 항만 혼잡도 증가 등으로 이어지며 단순한 무역갈등을 넘어 해운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방아쇠로 작용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은 보편관세에 더해 상호관세 부과도 선언했다. 덴마크 선사 머스크의 북미 대표는 “단기적으로 모든 관세는 본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공급망 전반의 비용 증가와 소비자 가격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해진공은 해운동맹 재편이 선사들의 전략이 분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는 지난해까지 몸담았던 2M과 디얼라이언스를 빠져나와 새로운 얼라이언스 ‘제미나이’를 결성했지만 두 선사가 지향하는 방향은 차이가 있다.
머스크의 경우 해운을 포함한 내륙운송 항만운영 물류창고 디지털플랫폼 등을 통합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을 계속 추진 중이다. 반면 하팍로이드는 컨테이너해운 자체의 효율성과 전문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최대 국적선사 HMM이 몸담고 있는 디얼라이언스 주요 회원사인 일본 ONE는 다양한 생존전략을 모색 중이어서 HMM의 전략 방향 설정이 주요 과제로 제기됐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