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유예 없다” 재천명

2025-04-08 13:00:05 게재

백악관도 90일 유예설 공식 부인 … 보복관세 중국엔 50% 추가 관세 엄포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를 환영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와의 무역 갈등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상호관세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관세 유예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통상 질서를 다시 짤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면서 “과거 미국을 이용해 온 많은 나라들이 지금은 ‘제발 협상해달라’며 간청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이 결국 상당한 수준의 관세를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을 향해 강한 경고를 보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34% 상호관세에 맞서 동일한 세율로 보복관세를 예고한 데 대해 “만약 8일까지 중국이 관세를 철회하지 않으면, 9일부터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누리며 그 자금을 군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상황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개인적 친분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은 폐쇄된 국가이며 그들이 하는 일은 관세를 부과하는 일”이라고 비판한 뒤 “만약 차나 다른 무엇을 팔려 해도 (중국에서는) 가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일부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해 90일간 상호관세를 일시 중단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로이터 통신과 스푸트니크 통신은 CNBC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지만 백악관은 이를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실제로는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고, 관련 보도는 인용 오류라는 것이다. 백악관 신속대응팀은 해싯 위원장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이 결정할 것을 결정할 것이다”라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놨다고 해명했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 역시 CNBC를 통해 “90일 유예 검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미국 뉴욕증시는 급반등했지만, 백악관의 부인 직후 다시 하락하는 등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유럽연합(EU)의 미국 공산품에 대한 무관세 제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 국가들이 관세만 없애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비관세 장벽”이라고 지적했다. EU의 무역장벽에 대한 비유로 트럼프는 “6미터 높이에서 차에 볼링공을 떨어뜨려 흠집이 생기면 판매 자격이 없다고 하는 식의 규제를 만들어 놓았다”며 “이런 규칙은 외국 제품을 유럽 시장에 들이지 않기 위한 장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과의 무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확고한 입장을 유지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과의 무역 적자를 없애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이스라엘에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그것을 잊지 말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은 단지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무역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 5일부터 모든 국가에 대해 10% 기본 관세를 적용 중이며, 오는 9일부터는 한국(25%), 중국(34%), 일본(24%) 등 이른바 ‘최악 침해국’으로 분류된 국가들에 대해 상호관세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고립시키고,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 양자 협상을 통해 새로운 무역 조건을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오는 8~9일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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