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배터리공장 사업취소 급증
워싱턴포스트 “1분기 취소사업, 최근 2년치 보다 많아 ” … 불확실성이 주원인
미국에서 전기자동차와 배터리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일자리 수천개가 사라지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불확실해졌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화석연료 생산 확대방침을 밝히고, 파리 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최근 ‘엄청난 수의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공장이 취소되고 있다’ (A stunning number of electric vehicle, battery factories are being canceled) 제하의 보도에서 이같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책연구그룹인 아틀라스 퍼블릭 팔러시(Atlas Public Policy) 데이터를 인용해 2025년 1분기에 취소한 청정제조 프로젝트는 최근 2년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청정에너지 분야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이 폐지될 움직임을 보이자 해당분야 사업철회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린스턴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만으로도 2030년 미국 전기차(EV) 판매량이 40% 감소할 수 있다. 신설 EV 조립공장 필요성이 없어지고 기존 EV 공장의 절반도 폐쇄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2025년말까지 가동중인 배터리공장의 3분의 1에서 3분의 2가 폐쇄 위기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공장의 대부분은 미국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따라 미국 전기차 부품 제조에 투자했던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철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에 1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용 열 차단막 공장을 건설한 아스펜 에어로겔스(Aspen Aerogels)는 지난 2월 이 공장을 취소하고 멕시코와 중국으로 생산지를 옮긴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재무책임자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미 전기차 보급률 50%를 달성했다. 중국으로의 이전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업체인 KORE파워사는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기 위해 2023년 8억5000만달러 대출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받았었다. 하지만 최근 이 계획을 포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조지아주 사바나 인근 브라이언카운티에 3월 준공한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병행 생산하기로 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역풍을 맞아 EV 스타트업인 니콜라 모터스(Nikola Motors)와 카누(Canoo)는 파산신청을 했다.
아스펜 에어로겔스의 수석 정책분석가인 톰 테일러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세금공제,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요즘 미국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청정에너지 옹호 단체인 E2의 전무이사 밥 키프도 “비즈니스에 있어 시장의 명확성(market clarity)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이 불확실해졌다”고 우려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