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형사고 ‘인재’ 가능성 높아

2025-04-08 13:00:02 게재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부산 호텔화재 등 중간 수사결과…‘안전불감증’ 도마에

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 부산 호텔화재 등 잇달아 발생한 대형 사고들의 사고 원인으로 인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조사에서 공사장비를 기능과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부족한 소방시설이 그나마 작동하지 않고 민원에도 사고 조짐을 감지하지 못한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 수사 결과에서도 인재로 판명되면 엄한 처벌과 함께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7일 안성고속도로 교각 붕괴사고와 관련해 “이번 공사에 쓰였던 ‘빔런처’(레일 형태의 크레인)는 ‘왕복형’이 아닌 ‘전진형’ 장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 인양·설치 장비인 빔런처는 교각 위에 레일을 설치해 이 위로 전·후방 이동을 하면서 가설하는 왕복형과 레일을 설치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면서 가설하는 전진형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전진형은 왕복형에 비해 설치 기간이 짧고, 장비 자체의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진형 빔런처의 경우 일정 거리를 지나면 레일이 아닌 교각 위에 올려져 있는 거더를 밟고 이동해야 한다. 특히 후방으로 빼낼 때는 거더를 밟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사에서는 길이 102m, 무게 400톤에 달하는 빔런처를 사용했다.

앞서 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49분쯤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해당 빔런처를 백런칭 하던 중 거더가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이로 인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경찰 관계자는 “전진형 빔런처도 후진 기능이 있으나, 백런칭을 하면서 시공이 가능한지는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빔런처 제작 회사 등을 상대로 면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경찰은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 3명과 호반산업 관계자 1명, 하도급사인 장헌산업 관계자 1명,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2명 등 총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하고 출국금지 조처를 했다.

경찰은 또 부상자 6명 중 4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

안성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 붕괴 현장 지난 2월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소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량 연결작업 중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또한 6명이 숨진 부산 반얀트리 리조트 화재도 안전관리 소홀이 주요 원인으로 확인됐다.

부산경찰청과 부산고용노동청은 7일 부산경찰청 브리핑룸에서 이런 내용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조사결과 화재 당일 반얀트리 현장에서는 모두 8개 업체가 각각 다른 곳에서 이와 유사한 화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불이 난 곳의 작업을 맡은 하청업체는 화재감시자를 배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작업을 하면서 튄 불티가 빠져 나간 문제의 천공을 방화포 등으로 덮거나 막지 않았다.

결국 불이 나면서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상 1층에 도착한 작업자 6명이 한꺼번에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 현장에는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 설치가 미흡한 상태였고, 그나마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소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연결되지 않았거나 수동으로 잠겨 있었다.

한동훈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장은 “소방시설의 미작동과 시공사와 하도급 회사 관계자들의 안전관리 주의의무 위반 행위가 더해져서 6명 사망이라는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일어난 대규모 싱크홀(땅꺼짐) 사고 역시 전조 증상이 있었지만 사고 가능성을 확인 못한 인재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달 초부터 해당 지역에 바닥 균열 민원이 다수 접수되자 인근 지하철 연장 공사의 감리단과 시공사 측이 현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은 지반 침하를 알아내지 못했고, 결국 사고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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