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금융투자사업자, M&A·구조조정·중견기업 신용공여 확대
발행어음 조달액 25%는 의무적으로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올해 IMA업무 허용한 ‘자기자본 8조 이상 초대형 IB’ 지정
증권사 ‘유동성 규제, 부동산 대출·투자 건전성 관리’ 강화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가 적극적으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에 자금공급을 할 수 있도록 기업신용공여 범위가 확대된다.
급속한 경기 둔화 여파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중견·중소기업들의 돈줄이 말라가면서 정부가 종투사들의 기업금융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종투사 CEO 간담회를 열고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경쟁력 제고방안에 따르면 종투사의 추가 기업신용공여 범위는 현재 IB(투자은행) 업무와 중소기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돼 있지만 앞으로는 M&A 관련 업무 전반으로 확대되고, 구조조정과 관련된 재무구조 개선기업 신용공여로 넓어진다. 또 중견기업과 상생결제 관련 신용공여도 가능해진다.
종투사는 일반 증권사와 달리 기업신용공여가 가능하다. 자기자본 대비 기본 100%(투자자·펀드·기업 신용 공여)에 추가 100% 한도가 적용된다.
◆부실징후기업 등에 자금공급 확대되나 = 이번 신용공여 범위 확대는 추가 한도의 적용 대상을 더 넓힌 것이다. 현재 IB업무 중 M&A 관련해서는 중개·주선·자문 수행시 관련 신용공여만 가능하지만 제도 개선으로 인해 M&A와의 관련성이 명확한 신용공여는 리파이낸싱을 포함해 전액 추가 한도가 적용된다. M&A 리파이낸싱의 중개·주선·자문도 M&A의 중개·주선·자문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이다. M&A 중개·주선·자문 미수행 종투사의 대주단 참여도 인정하기로 했다. 재무구조 개선기업 대상 신용공여 추가 한도 적용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 회생·파산 신청기업, 채권금융기관 약정 체결기업 등이 해당된다.
또 중견·중소기업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중견기업 대상 신용공여와 상생결제 관련 신용공여에 추가 한도가 적용된다. 상생결제는 담보대출·할인시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조건의 외상매출채권으로 중소기업에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반면 부동산 등 SPC(특수목적법인) 신용공여는 추가 한도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주요 글로벌IB는 M&A, 채권, 주식 등 IB업무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국내 종투사는 수익·자산운용 구조가 일반증권사와 전반적으로 유사하고 IB업무도 부동산PF 채무보증에 치중돼 있어 적극적인 모험자본·지분금융 공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IB업무 수익 중 채무보증 비중은 종투사의 경우 48.4%, 증권사 전체는 48.0%에 달했다. 종투사의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은 지난해 9월말 기준 2.23%, 주식 비중은 6%에 그쳤다.
◆모험자본에 8조원 이상 투입 가능 =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발행어음 조달액의 25% 규모에 헤당하는 국내 모험자본 공급 의무를 신설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는 발행어음(만기 1년 이내)을 통해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현재 발행어음 조달액은 기업금융에 50% 이상, 부동산에 30% 이하로 운영하게 돼 있다. 하지만 부동산 운용한도는 현재 30% 이하에서 2026년 15% 이하, 2027년 10% 이하로 축소된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주식 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 증권(P-CBO) 매입, 상생결제 및 벤처캐피탈(VC)·신기술사업금융사 투자 등이 인정된다. 종투사의 자산운용 현황을 고려해 모험자본 공급의무 비율은 내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로 단계적 상향이 진행된다. 지난해말 종투사의 발행어음 규모(41조5000억원)에 단순 적용할 경우 8조원 이상을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투입해야하는 것이다.
◆미래에셋투자·한국투자증권, 첫 IMA 종투사 나올까 = 이와함께 올해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 중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이 나올 예정이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자기자본 4조·8조원 이상 종투사의 신청을 받아 각각 발행어음과 IMA 업무를 허용하는 종투사 추가 지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한·메리츠·하나·키움 증권은 자기자본이 4조원 이상 종투사이지만 발행어음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8조원 이상이지만 IMA 업무가 가능한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했다.
종투사의 IMA 업무 관련 제도가 명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국내에서 IMA 업무를 할 수 있는 종투사는 한 곳도 없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안을 통해 종투사의 IMA 제도도 구체화했다. 종투사가 원금을 지급하는 상품임을 명확히 하고, 폐쇄형·추가형 및 다양한 만기·성과보수 등 자유로운 상품 설계를 허용하도록 했다. 발행어음과의 차별화 및 중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만기 1년 이상을 70% 이상으로 구성해야 하고 기업금융에 70% 운용, 부동산 운용한도 10%, 모험자본 공급의무(발행어음과 동일)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 건전성 관리 강화와 유동성비율 규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부동산에 대해 채무보증, 대출 등 투자형태에 따라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산출하고 있는 현 제도를 개편해 진행단계, LTV(담보인정비율), 분양·보증 여부 등 실질적인 리스크를 반영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채무보증 한도(자기자본 100%) 규제를 확대한 부동산 총 익스포저 한도규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종투사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22사)에만 적용되고 있는 유동성비율 규제를 모든 증권사에 적용하고, 채무보증과 자산가격 변동 리스크를 반영해 산출방식도 개선하기로 했다. 증권사 건전성·유동성 관리 강화 방안은 6월 중 최종안이 발표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