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2031년 세종시로 이전…“인류 보편문화 다루겠다”

2025-04-09 12:20:33 게재

기존 민속생활사 틀 넘어

관람객 유치 돌파구 마련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로 열린 창’을 지향하며 2031년 세종시 이전을 본격 추진한다. 이를 통해 박물관은 기존 민속생활사 중심 박물관에서 벗어나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새롭게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8일 열린 ‘국립민속박물관장과 함께하는 뉴스 브런치’에서는 이전 사업의 방향과 비전을 공유하고, 관람객 분산 우려에 대한 대안과 새로운 전시 전략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이 자리에서 “세종에서는 기존 수도권 박물관과 차별화된, 전혀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세계 여러 나라의 생활문화와 인류 보편문화를 다루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 유치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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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관장은 특히 “경복궁과의 입지적 연계가 현재 민속박물관의 관람객 성과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박물관이 위치할 세종시 역시 주변의 대전, 청주, 공주 등 대도시와 연계하면 적지 않은 수요가 있다”며 “실제로 세종 중앙공원만 해도 연간 120만명이 방문하고 있으며, 이들과의 시너지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박물관이 입주할 세종 박물관단지(컴플렉스)가 점차 모습을 갖춰가면서 집적 효과를 통해 수도권 수요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물관은 이러한 세종 이전 전략의 일환으로 2026년까지 ‘세계민속전시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미 꾸준히 수집해온 국외 생활문화 자료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인류 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세계문화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돕겠다는 것이다. 장 관장은 “민속이라는 용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의 삶 전반을 조명하는 ‘Human Life Museum(인간 삶 박물관)’의 개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서양 제국주의 시대에 형성된 전통 민족학 박물관의 한계를 넘는 박물관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 분관 설치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순천, 안동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분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장 관장은 국립박물관 체제로 운영되는 지역 분관이 해당 지역의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 진주박물관 근무 경험을 토대로, “지역 박물관은 특정 주제에만 갇혀서는 안 되며 지역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물관은 특별전시를 탄탄히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사진관 전성시대’라는 제목의 특별전시가 진행될 예정인데, 이번 전시는 사진을 찍는 사람, 즉 사진관 운영자들의 삶과 기억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라져가는 사진관 문화의 현재를 다양한 인터뷰와 유물, 이야기 중심 전시로 풀어낼 계획이다. 이외에도 최근 해외 도서전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의 민속생활과 문화에 큰 흥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박물관은 세계문화와 한국문화를 연결하는 큐레이션 전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장 관장은 “우리 사회도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중심 박물관이 함께 성장하는 다핵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국립민속박물관이 세계적인 문화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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