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전락한 소나무…지자체 골머리

2025-04-10 13:00:02 게재

산불·소나무재선충병 등 창궐

수종전환 나섰지만 갈길 멀어

“소나무재선충병이 박멸되지 않으면 언제까지 비용을 들여 방제를 해야 하나요.”

충남 예산군 산림 관계자의 질문이다. 예산군은 최근 봄철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사업을 시작했다.

예산군은 총 사업비 6억4279만원을 투입, 3월 말까지 소나무림 89㏊에 예방나무주사 사업을 완료했고 감염목과 감염우려목 1136그루는 4월 말까지 벌채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재정이 어려운 군 형편을 고려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31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개호송 숲 일부가 산불에 피해를 본 가운데 수목치료업체에서 까맣게 탄 소나무를 세척하고 있다. 안동 연합뉴스

◆전체 산림면적 중 소나무 비율 27%= ‘소나무’가 지방자치단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고 소나무재선충병은 지구온난화 등으로 영·호남을 넘어 충청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10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 가운데 소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27% 정도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갤럽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도 소나무다. 그것도 20여년 연속으로 압도적 1위다. 그나마 예전 40~50%대였던 선호도가 지난해 36%로 줄어들었다.

소나무는 오래전부터 변함없는 절개를 상징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사계절 모두 녹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애국가 2절에도 ‘우리의 기상’으로 표현될 정도다.

이처럼 사랑을 받던 소나무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이유는 무엇보다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에 있다.

3월 내내 영남권을 강타한 산불로 인해 지자체와 주민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주요 원인으로 소나무가 지목됐다. 송진 등으로 잘 타고 한번 불이 붙으면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산불피해가 컸던 경북이 전국 시·도 가운데 소나무숲 면적이 46만㏊로 가장 넓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욱 문제가 됐다. 산불이 집중된 경북 5개 시·군(의성 안동 청송 영양 영덕)의 경우 전체 산림면적 38만3962㏊ 가운데 소나무숲이 15만771㏊로 40%에 육박했다.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규모 또한 2020년 40만362그루에서 지난해 89만9017그루로 2배 넘게 늘어났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과에 발생하는 병으로 한번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소나무재선충병 역시 경북이 피해규모 1위다. 지난해 40여만 그루가 피해를 입었다. 2위는 경남으로 21만 그루였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영남을 중심으로 호남을 거쳐 충청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산불과 소나무재선충병 등에 들어가는 지자체의 인력과 재정 등도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 적응력 높은 수종 선택해야 = 해결책 마련은 쉽지 않다. 지구온난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면서 사실상 ‘수종전환으로 소나무 최소화’가 유일한 해법으로 꼽히고 있다. 소나무가 타거나 고사된 이후 다른 나무로 바꿔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산림청과 지자체는 올해 권역별로 소나무재선충병 대책회의를 열고 “재선충에 강하고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나무를 심는 수종전환 방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전환에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산불이 집중된 경북 5개 시·군 소나무숲 가운데 자연림은 98%에 달한다. 2%만이 인공림이다. 우리나라가 토양 지형 환경 특성 등으로 소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자칫 ‘소나무와의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다.

수종을 결정하는 산주에 대한 설득도 문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일부 지역은 송이버섯 등 수익사업 때문에 민감하다”면서 “산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하는 만큼 적극 설득해 수종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결국 남는 방식은 ‘선택과 집중’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켜야 할 우량한 소나무숲은 적극 지켜내고 나머지는 수종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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