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람들 겁먹어 관세 유예”

2025-04-10 13:00:02 게재

“중국은 보복했기 때문에 125%로 올려” …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 안해”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의 오벌 오피스에서 일련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 명령들은 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환경 보호 규제를 되돌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에 대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반응도 고려한 조치였음을 시사했다. 관세 인하를 요청한 많은 국가들과 협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이유 외에 금융시장 불안이 미칠 영향도 따져봤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자동차 경주 선수들과 개최한 행사에서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람들이 “약간 겁을 먹었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국채 시장의 반응 때문에 관세를 유예했냐는 질문에 “난 국채 시장을 보고 있었다. 국채 시장은 매우 까다롭다”면서 “내가 어젯밤에 보니까 사람들이 좀 불안해 하더라”라고 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국채 투매로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한 직후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꽤 침울했던” 금융시장이 이날 반등했다면서 “그건 꽤 큰 변화다. 내가 생각하는 단어는 유연성이다. 유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유예 결정을 벽을 통과하는 방법에 비유했다. 그는 “여기에 벽이 있고 난 벽을 통과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난 통과할 것이다. 계속 가다가 보니 벽을 통과할 수 없다. 어떤 때는 벽 아래로 가거나, 돌아가거나,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 타격을 많이 입는 미국 기업에 대한 관세 면제를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기업 성격상 더 강하게 타격을 입는 기업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걸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떤 기업들은 자기 잘못이 아닌데 다른 기업보다 관세 영향을 더 받는 산업에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유연성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난 그렇게 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관세 인하를 요청한 국가들과 무역 합의를 협상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많은 요청이 있었고 75개가 넘는 국가가 우리를 접촉했다”면서 “각 국가에 대한 해법은 맞춤형으로 할 텐데 그건 시간이 약간 걸릴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90일 유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자동차 경주 선수들과의 행사에서 75개가 넘은 국가가 미국과 관세 문제를 협상하고 싶어 한다면서 “난 보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90일 유예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로 높인 것과 관련 “난 그들에게 ‘보복하면 관세를 두 배로 하겠다’고 말했고 그래서 중국에 그렇게 한 것이다. 중국은 보복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합의하고 싶어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이라며 “시진핑 주석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도 합의할 것이며 모든 국가와 합의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합의는 공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125% 관세의 추가 인상에 대해 “우리가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렀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중국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나는 그것을 상상할 수 없다”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자국에 대한 관세를 맞추기 위해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를 묻는 말에는 “중국이 했으면 하는 것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인 틱톡의 매각 문제와 관련, “지금 중국은 그것에 서명하는 것을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라면서 “우리는 일부 사람들, 매우 부유한 회사들과 협상 중이다. 우리는 중국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중국이 (최종적으로) 그것을 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그것(틱톡 매각 거래)은 여전히 (논의)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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