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84% 보복관세에 환율·국채까지 ‘3종 보복’

2025-04-10 13:00:03 게재

위안화 가치 역대 최저로

“대화로 이견 해결” 촉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일 베이징에서 열린 주변국 관련 업무 중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회의는 8~9일 이틀간 수요일까지 열렸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의 104% 관세폭탄에 대응해 9일 즉시 전방위적 대응 보복에 나섰다. 이 때문에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문제삼아 중국에 추가 125%의 추가 관세부과를 발표해 충돌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공세에 대응해 보복관세는 물론 위안화 환율, 미국 국채 매각 카드까지 꺼내드는 모양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10일 낮 12시 1분부터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율을 34%에서 84%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3월 미국이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보편관세를 부과했을 때만 해도 미국 특정 상품·기업 ‘표적보복 맞불 관세’에 집중하며 전면전 확전을 자제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달 2일 트럼프 행정부가 34% 상호관세를 꺼내들던 시점부터 상응하는 수준의 맞대응에 나서면서 ‘강대강 대치 전선’을 이어가고 있다.

이후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관세율을 50% 더 높이자 똑같이 50%를 인상, 트럼프 2기 출범 후 누적 추가분만 놓고 비교하면 미국과 중국 간 최대 관세율은 104%의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다시 대응해 대중국 관세율을 125%로 더 올린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국무원은 “8일 미국 정부는 중국의 미국 수출품에 상호관세 세율을 34%에서 84%로 높였다”며 “미국의 관세 인상 처사는 잘못에 잘못을 더하는 것으로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규칙을 기초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한 전형적인 일방주의·보호주의·경제적 괴롭힘”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이 즉시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모든 일방적 대중국 관세 조치를 철폐하며 중국과 상호존중의 기초 위에서 평등한 대화로 이견을 적절히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무더기 제재도 단행했다. 쉴드 AI와 시에라 네바다 등 미국 군수기업 6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명단에 추가하고 중국과 연관된 수출입과 투자를 막기로 했다.

또 아메리칸포토닉스(렌즈 제조)·노보텍(바이오)·에코다인(드론)을 비롯해 미국 방산업체까지 총 12개 기업에 대해서는 이중용도 물자(군용으로도 민수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34% 상호관세에 이어 대중국 관세를 50% 더 높인 것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추가 제소도 했다.

미중 양국은 트럼프 1기 시절인 2018~2019년 무역전쟁 당시엔 한정된 품목에 추가 관세 25%를 넘지 않는 수준으로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트럼프 2기 들어서는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과 3월 각각 10%씩의 보편관세를 중국에 추가 부과했고, 중국은 2월에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 15% 관세,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 10% 추가 관세, 3월에는 미국산 일부 농축산품에 10~15%의 추가 관세를 보복 카드로 내밀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중국에 34%의 고율 관세를 추가로 물렸고, 중국은 34% 관세에 더해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받아치며 비례 대응에 나섰다.

중국은 위안화 절하, 국채 매도 등의 카드도 꺼냈다.

인민은행은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 환율을 202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7.2066위안으로 고시했다. 역외 시장에서 위안화 값은 2010년 이후 최저인 달러당 7.4273위안까지 내려갔다. 시장은 중국이 환율 카드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또 같은 날 미국 국채 30년물이 장중 전일 대비 0.237%포인트 오른 4.997%까지 치솟아 5%에 근접했는데 월가에서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1기 때의 학습효과로 중국의 대응이 당시와 달리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준비돼 있으며, 나중에 정상회담을 열어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에 과거보다 훨씬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이유로는 낮아진 미국 의존도가 꼽힌다.

미 무역대표부에 따르면 2024년 미·중 교역 규모(수입·수출 합)는 5824억달러로, 미·중 첫 무역 전쟁이 일어난 2018년의 6598억달러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중국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2018년)에서 2023년 15%, 지난해 12%로 지속 하락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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