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호관세 90일 유예…중국엔 125%

2025-04-10 13:00:12 게재

“보복엔 재보복, 협상엔 유예”

무역·에너지·방위 등 전면적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한국을 포함한 70여개국에 대해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보복 대응을 이유로 관세율을 기존 104%에서 125%로 추가 인상했다.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된 지 불과 13시간 만의 전격 발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 월리엄 킴밋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은 무모하게 보복을 택했다. 미국은 더 강하게 응답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국가들은 협상을 선택했고, 우리는 이들에 대해 기본관세 10%만을 적용하며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일괄 관세 적용에서 벗어나 국가별 협상 태도에 따라 차별화된 대응을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행정부는 지난 5일부터 미국은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를 부과했다. 9일부터는 한국 일본 유럽연합 등 ‘최악의 침해국’으로 분류된 57개국에 대해 별도의 고율 상호관세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유예 선언으로 한국 등 협상 의지를 보인 국가는 일시적으로 부담을 덜게 됐다. 다만 철강·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부과된 25%의 별도 관세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백악관과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재무부는 이번 조치가 다수 국가들의 협상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하원 청문회에서 “보복 대신 협력을 택한 국가들이 많다. 대통령은 이들과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75개국 이상이 협상 요청을 해와 일시적 유예가 필요했다”며 “국가별 맞춤형 해법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에 발표된 10% 기본 관세는 잠정적 하한선이고, 앞서 발표된 상호관세율은 상한선”이라며 조정 여지를 열어뒀다. 트럼프도 “이번 조치는 협상 의지를 보인 국가들에 대한 신뢰의 표시”라고 강조했다.

관세유예 조치는 금융시장에 즉각 영향을 미쳤다. 전날까지 급락하던 뉴욕증시는 유예 발표 직후 급반등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하루 만에 12.16% 뛰었고, S&P 500 지수는 9.52%, 다우지수는 7.87%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은 매수하기 좋은 시기”라는 메시지를 통해 시장 회복을 뒷받침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굴복하지 않고 맞대응을 택한 중국에 대해서는 125% 관세율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도 결국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중국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더 나은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조치와 별개로 방위비 분담 문제도 무역 협상과 연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과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며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전은 충분하지 않다”며 “무역과 방위비를 하나의 패키지로 논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역시 “해외 원조, 주둔비용 등이 협상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확인했다.

결국 미국이 주도하는 무역 질서 재정립 과정에서 각국은 기존 틀을 넘어 방위, 에너지, 산업 전반을 포함하는 종합 협상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9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한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파트너국들은 미국과 개별 협상에 나설 전망이다. 단순한 관세 조정이라기보다는 외교·경제적 틀을 재설계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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