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무역팀내 위상 변화…베센트 전면 부상”

2025-04-11 13:00:10 게재

"러트닉은 ‘배드캅’역"

"나바로 뒤로 밀려나"

상호관세 유예후 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 이후, 백악관 내 무역 참모진의 위상과 역할이 뚜렷하게 재편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0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관세 전략 구도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중심 인물로 부상했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나쁜 경찰(Bad cop)’ 역할로 재배치 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기존 관세 정책의 핵심 설계자였던 피터 나바로 백악관 고문은 지난 2일 이뤄진 상호관세 유예 발표 과정에서 주요 결정권자 명단에서 빠지며 사실상 주변으로 밀려났다고 백악관 소식통들이 폴리티코에 전했다.

베센트 장관은 월가 출신으로 실용적 접근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무역 정책의 방향 전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각료회의에서 “각국이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베센트 장관이 협상하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며 협상의 전면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반면 러트닉 상무장관은 연일 TV에 출연해 관세 정책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강경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으나, 거친 언행으로 안팎의 비판도 받고 있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이 러트닉의 과도한 노출을 우려해 TV 출연을 자제시키려 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을 정도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베센트, 러트닉, 그리어, 나바로, 그리고 NEC(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의 케빈 해셋까지 모두 무역팀의 일원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 백악관 내부에서는 러트닉을 대통령 메시지 전달자로 내세우는 데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내 생산 회귀는 아이폰의 작은 나사를 조이기 위해 수백만 명의 인간 군대를 필요로 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전직 백악관 관계자는 “러트닉의 말투가 공격적으로 들려 외국 지도자들이 무례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나바로는 본래 협상의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협상에서 밀려났다고 볼 수도 없다”며 “그는 장관도 아니며, 역할은 어디까지나 조언자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이번 인사 재편은 백악관 내 ‘공정무역파’와 ‘보호무역파’ 간 줄다리기 속에서 이뤄졌다”면서 “이번 주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혼란을 부르면서 베센트 장관이 추진해온 ‘공정 무역’ 정책으로의 전환이 이뤄진 것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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