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박소현 건국대 환경보건·산림조경학부
산림 연구로 기후 문제 해결하고 싶어요
소현씨가 나고 자란 동네는 청와대 근처다. 고도 제한으로 높은 건물이 없고 녹지 비율도 높았다. 어릴 때부터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경험했다는 소현씨는 이상기후가 일으키는 폭염, 한파, 가뭄 문제를 지나칠 수 없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은 지구온난화와 탄소 흡수원인 산림으로 이어져 산림조경학까지 닿았다.
박소현 | 건국대 환경보건·산림조경학부 (서울 배화여고)
탄소 중립 해결 방안으로 산림에 주목
소현씨의 관심은 자연과 환경이라는 광범위한 주제에서 시작해 가뭄, 집중 호우, 폭염 등을 목도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일으킨 기후변화로 이어졌다. 그는 극한의 기후변화가 초래한 식량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탄소 농업에 주목했다.
“1학년 자율 활동 시간에 <지구과학>과 <세계지리> 연계 수업이 있었어요. 기후위기로 생긴 식량 문제와 해결 방안을 살피다가 탄소 농업을 알게 됐죠.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비교하면서 토양을 탄소 저장고로 활용하는 탄소 농업을 제시했어요.”
토양에 저장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양의 2~3배에 달한다. 탄소 중립, 탄소 제로, 탄소 상쇄 제도 등 모두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탄소의 양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기후변화 역시 탄소 중립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자연스럽게 탄소 흡수원인 산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산림 파괴로 어떻게 환경이 오염되는지 조사하고, 녹지가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죠. 도시의 녹지가 주는 심리 효과에 대한 질문지를 제작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결과, 거주지 인근의 녹지를 방문할 때마다 안정감을 느끼며 스트레스가 감소하지만 자주 방문하지는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소현씨는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도심의 녹지 이용을 촉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산림의 경제 효과 탐구, 대학 산림학 수업과 연결
소현씨는 산림청에서 진행하는 ‘산림 탄소 상쇄 제도’를 알게 되면서 휴양림 조성과 산림 치유의 경제적 파급 효과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 흡수 활동을 하면 정부가 산림 탄소 흡수량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할 수는 없어요. ‘산림 탄소 상쇄 제도’는 기업이나 지자체가 나무를 심어 식생을 복구하거나 산림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이용해 산림을 경영하는 등 탄소 흡수를 늘리는 활동을 의미해요.”
산림 경영은 산림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영해 왕성한 생장을 유도하고, 산림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는 게 목표다. 소현씨는 탄소 흡수량을 늘린 지자체의 사례를 조사하고, 자연 휴양림과 산림 치유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다루는 보고서로 자신의 관심을 드러냈다.
“강원도 인제군은 목재 수확 연령인 벌기령을 연장해 산림 탄소를 확보했더라고요. 벌기령을 늘리면 산림이 흡수한 탄소가 보존되죠. 또한 자연 휴양림 조성 과정에서 발생한 사업비와 이후 발생한 생산 유발 효과 즉, 부가가치와 소득 및 고용 증가 등을 조사·비교해 산림 복지 시설의 효과가 긍정적이며 경제 효과가 크다는 내용을 담았어요. 대학에서 산림학 수업을 들으면서 산림을 자연으로만 생각할 뿐, 경제 가치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고등학교 때 했던 산림의 경제 효과 탐구 활동이 합격에 약간은 도움이 됐을 거라고 짐작했어요.”
탄소 중립 고려해 모교에 수종 제안
모교인 배화여고는 교정이 아름다웠고 다양한 나무가 식재돼 있었다. 소현씨는 3학년 자율 활동 시간을 통해 교정을 구성하는 식생을 조사했다. ‘도시 수목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산정 및 흡수 효과 증진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읽은 것이 계기였다.
“가로수로 가장 많이 쓰이는 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 9개 수종은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최대 13배가 차이 났어요. 탄소를 가장 많이 저장하는 수종은 양버즘나무였고,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가장 많은 수종은 튤립나무였어요. 효율적인 탄소 저장과 이산화탄소 흡수를 위해 학교에 양버즘나무와 튤립나무를 심자고 제안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동아리 활동 역시 기후와 산림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고1 때는 국제 교류 동아리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기후변화 대책’을 주제로 모의 국제 회의에 참여했다. 소현씨는 미국팀을 맡아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미국의 환경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고2 때 활동했던 기후 환경 생명 동아리에서는 시민 환경 단체와 비건 음식점을 방문해 식물성 간식을 만들었고, 고3 때 활동했던 이공학 융합반에서는 도심의 녹지 공간 확충을 위한 해결 방안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올 벽면 녹화, 녹색 지붕을 분석하고 도시 공원 설계도 직접 해봤다.
소현씨는 긍정적인 성격임에도 수능에 대한 부담은 컸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만약 수시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면 정시는 더욱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했다.
“지금도 입시에 대한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후배가 많을 텐데요. 바쁜 고3 생활 중에서도 행복을 느낄 무언가를 찾아보세요. 불안감에만 빠져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요!”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