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회계관리 감사, 실효성 떨어지고 형식적·기계적 운영”
“제제 보다는 시정·공시 중심으로”
전문가 인터뷰, 해외사례 등 연구
한공회, 감독방향 연구결과 공개
회계개혁의 일환으로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에 대해서도 외부감사가 시행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제도 운영에 따른 실효성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요한 취약점 공시’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중요한 취약점이 없는 게 아니라 자발적 공시에 따른 처벌과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제대로 공시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0일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운열)와 내부회계관리제도운영위원회(위원장 이재은,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는 한국회계학회(회장 김갑순)에 공동 의뢰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독방향’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는 국내 대형 빅4 회계법인(삼일 삼정 안진 한영)에서 품질관리실 소속 실무자와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팀 등 소속 전문가들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는 “응답자 대부분은 현재 내부회계관리제도(ICFR) 감사가 회사와 감사인 차원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ICFR 감사가 실효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형식적·기계적으로만 운영되는 문제가 있음을 공통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대한 문제점은 △통제활동을 업무프로세스에 녹여서 수행해야 하나, 단순히 감사증적(감사 입증자료)을 위한 문서화에만 급급하고 △최고 경영진의 의지 및 관심 부족 △모니터링 기능보다는 감사의견을 위한 문서화에만 치중 등이 지적됐다.
감사인의 경우 △단순히 전기조서만 작성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 △재무제표 감사결과에만 주로 의존, 예방적 기능보다는 적발 기능 위주의 감사 △형식적으로 통제활동의 개수 등 질보다는 양에 집중하는 경향 등이 문제로 언급됐다.
감독당국에 대해서는 △중요한 취약점 발생 등 부정적 상황 발생시 징계에만 초점을 두고 있음 △제도를 일관되게 운영하지 못하고 회사의 경제상황 등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다수의 응답자가 ICFR에 대한 효익은 체감되지 않는 반면 비용 요소(구축, 유지, 감사 및 내부 관리 비용 등)는 가시적이므로, 회사가 더욱 관련 투자를 소홀히 함을 지적하며, 향후 학계에서 ICFR의 효익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거나 감독당국이 긍정적 제도 적용사례의 효익 등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해외사례 연구를 통한 시사점도 제시했다. 미국의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나 공시사항에 대해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리, 외부감사인의 감사보고서 및 품질 관리 등은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실질적인 조사 및 제재를 수행하는 등 조사 주체가 구분돼 있다.
회사 및 감독당국이 내부통제 문제에 대해 자율공시, 후속 시정조치 등을 시행하고 이를 감독당국에 적극적으로 보고, 소통할 경우 상당부분 면책을 해주고 있다.
영국의 경우 회계법인에 대한 회계감독 결과나 구체적인 감독지침 등을 광범위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기업의 자율적인 위험관리와 내부통제제도 모니터링도 강조하고 있다.
정광화 강원대 교수와 정남철 홍익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독방향을 제언했다. ICFR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제재보다는 시정조치 및 공시 중심으로 감독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과 일본이 회사와 외부감사인의 자율성을 중시하고 개입을 최소화했으며 미국도 기계적인 제재·처벌이 아니라 충분한 시정 기간을 부여하고 면책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는 점을 설명했다.
또 회사와 관련해서는 ICFR에 대한 신속점검 방식을 제안했다. SEC와 PCAOB로 이원화된 미국의 감독구조와 달리, 한국은 금융감독원이 실질적으로 회사와 외부감사인을 모두 감독하는 구조다. ICFR 감리를 감사인을 통해서만 감독하게 되면 회사의 주체적인 관리와 관심 저하로 인해 ICFR 운영의 실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독당국이 신속점검 결과를 보도자료 등을 통해서 공개하고, 문제가 발생한 회사는 해당 문제를 외부감사인 또는 전문가와 협의해 개선조치를 취할 수 있어서 제도 적용의 계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년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견’이 부적정인 경우 자동으로 ‘감리’에 착수하는 현행 규정의 삭제 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규정은 외부감사인의 전문가적 판단에 영향을 줘서 회사 ICFR에 대한 의견변형을 주저하게 되는 요소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감리와 연결된다는 점이 외부감사인의 부정적인 감사 의견 제시를 위축시킨다는 말이다.
이와함께 ICFR 감리를 위한 전문 감리인력의 양성과 교육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의 PCAOB와 같은 ICFR에 대한 전문성과 감독 기술을 보유한 전문인력의 양성이 필수적이라서 금감원의 ICFR 감리 담당인력을 PCAOB에 파견하거나, 국내 빅4 회계법인에 파견해 ICFR 감사실무와 감사절차에 대한 전문성을 습득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달 24일 온라인 웨비나(zoom) 형태로 금융당국, 회계법인, 기업, 학계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