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수사받는 한덕수, 검사 임명 방치
헌법재판관 지명권 행사하면서도
7개월 전 제청 검사 임명은 미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명하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7개월 전 임명 제청한 신규 검사 임명은 미루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공수처에는 한 대행과 이 처장 고발사건이 오래전 접수됐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해 9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신규 검사 3명을 대통령실에 임명 제청했지만 7개월이 다 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임명을 미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한 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다.
공수처 인사위가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를 추가로 추천하면서 임명을 기다리는 검사는 7명으로 늘었지만 탄핵기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복귀한 한 총리는 여전히 이들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
한 대행은 공수처 검사 임명은 사실상 방치하면서도 지난해 12월 송창진 부장검사의 면직 신청은 재가한 바 있다. 최근에는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 처장과 함 부장판사를 지명해 ‘월권’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한 대행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었다.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형식적으로 임명하는 절차는 거부해놓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재판관 지명권을 행사한 것이다.
한 대행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보류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공수처에 고발당한 상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12월 한 대행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한 바 있다.
한 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이 처장도 내란 방조와 증거인멸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 처장은 비상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대통령 안가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만난 사실이 드러나 후속 대응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다. 특히 이 처장과 박 장관, 김 수석은 비상계엄 이후 휴대폰을 교체해 의심을 키웠다.
하지만 공수처는 한 대행과 이 처장 고발장을 접수하고 석달이 넘도록 수사를 본격화하지 못하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12.3 내란사태 군경 관련자들을 수사하기도 벅찬 까닭이다.
한 대행이 신규 검사 임명을 미루면서 공수처는 14명의 검사로 모든 사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처·차장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수사검사는 12명에 불과하다. 한 대행이 자신에 대한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내란 관련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윤 전 대통령의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수사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언제가 될지 기약하기 어렵다.
공수처 관계자는 “신규 검사를 지금 임명해도 교육을 받고 하면 두세달 뒤에나 수사에 투입할 수 있다”며 “인력은 없는데 기존 사건에 새로운 사건도 들어오고 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